“국정운영 첫째도 둘째 셋째도 민생
국민의 삶 더 적극적으로 챙길 것”
국정 기조의 원칙·방향 변화 예고
언론 소통·인적 쇄신엔 “시간 필요”
與 “반성 자체로 의미있다” 평가 속
“협치 등 구체적 행동 필요” 지적도
윤석열 대통령이 총선 참패 뒤 16일 처음 직접 내놓은 입장문에서 ‘민생’을 강조하며 “더 낮은 자세로 소통하겠다”고 밝힌 건 선거 과정에서 제기된 불통을 향한 지적과 이에 따른 정권심판론이 몰아친 데 대한 반성의 모습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남은 임기에서 불가피한 야당과 협치와 관련해서는 “국회에 잘 설명하고 더 소통하겠다”는 원론적인 발언에 그쳤다.
대통령실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영수회담 가능성에 대해 “열려 있다”면서도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 尹대통령 “민심 경청”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제17회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우리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더 낮은 자세와 더 유연한 태도로 보다 많이 소통하고, 저부터 민심을 경청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문 기자 |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어려운 국민을 돕고 민생을 챙기는 것이 바로 정부의 존재 이유”라며 “그런 측면에서, 이번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우리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 여러분께 더 가까이, 민생 속으로 더 깊숙이 들어가서 현장의 어려움을 듣고, 국민의 삶을 더 적극적으로 챙기겠다”며 사실상 총선 반성문을 낭독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서민들을 위한 민생 경제를 수차례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국정의 최우선은 첫째도 민생, 둘째도 민생, 셋째도 민생”이라며 고물가·고금리 상황과 관련해 “예산과 정책을 집중해서 물가 관리에 총력을 다했다.
그러나 어려운 서민들의 형편을 개선하는 데 미처 힘이 닿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이자 환급을 비롯해서 국민들의 부담을 덜어드리기 위해 애썼다.
그렇지만 근본적인 고금리로 고통받는 민생에 충분한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원전 생태계 복원과 첨단산업 육성 등 이번 정부 들어 역점을 둔 정책들이 산업 경쟁력을 높였지만 민생에 온전히 전달되는 데는 미흡했다고도 했다.
소통과 민생에 방점을 찍은 이날 발언으로 윤 대통령이 국정운영 방식 등에 있어 앞으로 적극적인 변화를 보이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구조 개혁은 멈출 수 없다”고 한 만큼 취임 초부터 강조한 노동·교육·연금 3대 개혁의 경우 계속해서 추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3대 개혁의 성패가 입법화 여부에 달린 만큼 야당과 협치를 어떤 방식으로 이뤄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가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
민주당 이 대표가 요구하는 영수회담을 수용할 계획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통령실 고위관계자가 “윤 대통령이 ‘국민을 위해서라면 못할 게 뭐가 있느냐’고 했는데 그 안에 답이 포함돼 있다”며 “모두가 다 열려 있다”고 말한 것도 이런 부분을 감안한 것이다.
다만 대통령실은 야당과 소통을 위한 여당 지도체제 개편이 선행해야 하기 때문에 이때까지 최소한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이나 도어스테핑(출근길 문답)이 이뤄질 가능성을 놓고는 “언급한 부분들을 포함해 다양한 소통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총선 참패에 따른 대통령 비서실장과 국무총리 등 인적 쇄신에 대해서는 “중요한 인사이고 중요한 조직 문제여서 갑작스럽게 결정할 일은 아니다”라며 “시간적 여유를 갖고 판단해 보겠다”고 했다.
여당 내에서는 구체적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과 반성 자체로 의미가 있다는 의견이 엇갈렸다.
김재섭 서울 도봉갑 당선자는 “국정운영 방향에 대해 아쉬움 토로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데 그것만으로는 안 된다”며 “아쉬움이 있다면 구체적인 정치행위로 나아가야 하고, 대표적으로 야당과의 협치, 하나의 전향적 태도를 보여주는 상징이 될 것으로 본다.
이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경기 성남 분당갑에서 당선된 안철수 의원도 “선거 패배에 대해 반성하고 국민들이 진정 원하는 방향으로 고쳐 나가는 게 진정한 정부·여당 자세가 아니겠느냐”며 “야당에 대해서도 중요한 민생에 관련된 부분에 대해 협조를 구하는 협치의 발언이 나오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친윤(친윤석열)계 좌장인 권성동 의원은 “선거 패배에 대한 원인을 잘 찾으셨고 앞으로 낮고 겸손한 자세로 국민의 뜻 받으러 국정운영을 하겠다고 말씀하셨으니 그 말씀대로 잘 실행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했다.
곽은산·조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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