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전 이어진 영수회담
尹, 주도권 쥐고 긴 답변으로 맞서
李 “독재화 진행 중 연구결과” 언급
민주 “尹·李 발언 비율 85대 15 정도”
대통령실 “입장 설명 위해 시간 걸려”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첫 번째 영수회담에서 양측은 팽팽한 신경전을 이어갔다.
이 대표는 공개 모두발언에서 준비해온 자료를 바탕으로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등 가족 의혹을 15분간 작심 거론했다.
반면 비공개 회담에서는 윤 대통령이 주도권을 쥐고 발언 분량을 85대 15 비율로 가져가며 맞섰다.
 |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회담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에서 회담을 시작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을 찾은 이 대표를 2층 집무실 앞에서 기다렸다.
이어 마주한 이 대표와 웃으며 악수를 했고, 이 대표의 오른팔을 잠시 감싸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이날 회담장에 검정 정장에 남색 넥타이 차림으로, 태극기 배지를 착용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붉은빛이 다소 감도는 자주색 계열 넥타이를 맸다.
협치의 의미를 담아 여당인 국민의힘을 상징하는 빨간색과 민주당을 상징하는 파란색이 섞인 색을 골랐다는 후문이다.
총선 직후인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만남을 제안한 뒤 10일 만으로, 윤 대통령 취임 후 720일 만의 만남이다.
이 대표는 “오늘은 비가 온다고 했던 거 같은데 날씨가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 국민들이 (만남을) 다 고대하셨기 때문에 이렇게 좋은 날씨를 준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이 대표는 양측의 인사말을 듣고 퇴장하려는 취재진을 향해 “퇴장할 것은 아니고”라며 멈춰 세운 뒤, 정장 주머니에서 준비해온 A4 용지 10장 분량의 원고를 꺼내 민생부터 특검까지 작심한 듯 15분간 읽어 내려갔다.
 |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영수회담에서 집무실에 도착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맞이하며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
이 대표는 먼저 “(국회에서) 오다 보니 한 20분 정도 걸리는데, 실제 여기 오는데 한 700일이 걸렸다”며 “늦은 감이 있지만 늦었다고 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도 있다.
오늘 이 자리가 우리 국민께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 드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우리 국민들이 혹시 말 한마디 잘못 했다가 잡혀가는 것 아닐까 걱정하는 세상이 됐다”, “독재화가 진행 중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등 수위 높은 발언을 쏟아냈다.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고 있는 가족 등 주변인사들의 여러 의혹들도 정리하고 넘어가면 좋겠다”며 사실상 김 여사 특검 수용을 요구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 발언을 다소 굳은 표정으로 경청했다.
이 대표가 말을 마친 뒤에는 “좋은 말씀 감사하다.
평소 이 대표님과 민주당에서 강조해 오던 얘기라서 이런 말씀을 하실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고 짧게 답했다.
하지만 비공개 회담에서 분위기는 전혀 달랐다.
회담에 배석한 민주당 박성준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께서 화두를 꺼내시면 윤 대통령께서 답변을 하셨는데 상당히 길었다.
몇 가지 주제를 얘기하다가 시간이 상당히 많이 지났는데 천준호 비서실장이 시간 계산을 해보니 85대 15 정도 됐던 것 같다”고 했다.
이에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채널A 인터뷰에서 “모두발언에서 이 대표가 여러 가지 의제를 제안했기 때문에, 여기에 대해 입장을 설명해 줘야 하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 시간이 걸렸다고 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윤 대통령 가족 및 주변인사 의혹과 관련해서도 비공개 회의에서는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곽은산·김승환·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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