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직구 정책’ 공개 비판에
오세훈 “처신에 아쉬움 남는다”
한동훈 “공감할 분 많지 않을 것”
총선 참패 후 분위기 변화 평가
여당에서 바람직한 당정관계를 주제로 한 잠룡들의 물고 물리는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당정 일체만을 강조하며 경직됐던 당 분위기가 총선 참패 이후 변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7월 중순으로 예상되는 전당대회에서도 당정관계 해법은 최대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발표 사흘 만에 철회한 국가인증통합마크(KC) 미인증 제품에 대한 해외 직구 금지 정책이 당정관계 논쟁의 발단이 됐다.
유승민 전 의원이 해당 정책을 비판하는 페이스북 글을 올리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를 ‘아쉬운 처신’이라고 지적하고, 뒤이어 한동훈(사진) 전 비상대책위장이 오 시장을 겨누며 논쟁에 참전했다.
오 시장은 지난 20일 여당 인사들이 직구 금지 정책을 공개 비판한 데 대해 “함께 세심하게 명찰추호(明察秋毫)해야 할 때 마치 정부정책 전체에 큰 문제가 있는 것처럼 지적하는 것은 여당 중진으로서의 처신에 아쉬움이 남는다”고 밝혔다.
앞서 유 전 의원, 나경원 당선자, 한 전 위원장이 직구 금지 정책을 비판하는 페이스북 글을 올렸다.
그러자 유 전 의원은 3시간 30분 뒤 페이스북에서 “제가 17일 오전에 맨 처음 비판했으니 오 시장은 저를 비판한 모양인데, 그런 생각이라면 사흘 만에 철회한 정부와 대통령실을 향해 해외 직구를 다시 금지하라고 똑바로 얘기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들을 향해서는 말할 배짱이 없나”라고 맞받았다.
오 시장은 “‘여당 내 야당’이 되어야지 ‘야당보다 더한 여당’은 자제돼야 한다.
여당 의원이라면 페북보다 정부에 대안을 제시하고 일을 발전적으로 이끄는 역할을 하는 게 우선 아니겠냐”고 또다시 비판했고, 유 전 의원은 이에 “오 시장은 저를 비난하기 위해서 정부에게 직접 이야기하지 않고 페북에 쓴 것이 잘못됐다는 억지 주장을 펴기까지 하는데 이 얼마나 시대착오적인 ‘입틀막’인가”라고 질타했다.
한 전 위원장이 21일 페이스북에서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건설적인 의견제시를 ‘처신’ 차원에서 다루는 것에 공감할 분 많지 않을 것”이라고 오 시장을 저격하며 당정관계에 관한 잠룡들의 논쟁판이 됐다.
한 전 위원장은 “불가피하게 시민의 선택권을 제한할 때는 최소한도 내에서, 정교해야 하고,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며 “고연령 시민들에 대한 운전면허 제한 같은 이슈도 마찬가지”라고 정부정책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그러자 오 시장은 “여당 정치인들이 SNS로 의견제시를 하는 것은 가급적 필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중진은 필요하면 대통령실, 총리실, 장차관에게 직접 연락할 수 있고 협의도 할 수 있다”면서도 “처신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지금 생각해보면 정제되지 않은 표현이었다”고 꼬리를 내렸다.
유 전 의원은 이에 “이건 무슨 억지인가. 필요 최소한은 누가 정하는 건가”라며 “오 시장의 논점 일탈은 SNS 금지령으로 귀결되는 건가”라고 했다.
김병관 기자 gwan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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