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권 레이스
초반 1강2중1약 양상 굳어지자
‘尹·韓 갈등’ 부각하며 집중 견제
韓측 “공한증 인한 공포 마케팅”
元 “韓, 소통·신뢰·경험 3無 후보”
羅 “사익을 위한 배신”·尹 “절윤”
세 후보 ‘韓 유승민 만들기’ 주목
일각 “판세 영향 주기는 어려워”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나경원·원희룡·윤상현 후보가 한동훈 후보를 향해 ‘배신의 정치’를 한다며 공세에 나섰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웠던 유승민 전 의원에게 배신자 낙인이 찍혔듯, 한 후보가 윤석열 대통령과 갈등설이 제기됐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세 후보의 협공이 ‘한동훈 유승민 만들기’에 성공할지, 오히려 역효과를 내며 한 후보의 대세론 굳히기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 |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뉴스1 |
한동훈 캠프 정광재 대변인은 30일 논평을 내고 “아무리 공한증(恐韓症)에 시달린다 해도 협박과 분열의 정치는 안 된다”며 “당원과 국민에 대한 협박 정치이자 공포 마케팅”이라고 밝혔다.
한 후보에 대한 다른 후보들의 공포를 ‘공한증’(중국 축구가 한국에 두려움을 느끼는 현상)이라는 단어로 표현하며 반격에 나선 셈이다.
실제 당권 레이스 초반 판세가 ‘1강(한동훈)·2중(나경원·원희룡)·1약(윤상현)’으로 굳혀지면서 나·원·윤 후보는 한 후보를 집중 공격하고 있다.
특히 원 후보는 “배신의 정치”를 언급하며 ‘한동훈 배신자론’ 공세에 앞장서는 모양새다.
이를 두고 한 후보가 대표가 되면 당정 갈등이 심화해 과거 사례처럼 또다시 탄핵 정국에 들어갈 수 있다는 ‘탄핵 트라우마’를 자극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원 후보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한증 맞다”라며 “어둡고 험한 길을 가는데 길도 제대로 모르는 초보운전자가 운전대를 잡을까 무섭고 두렵다”고 적었다.
그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서도 “(한 후보와 윤 대통령 간) 의미 있는 소통이 단 한 번도 없었단 것에 너무 충격받았다.
우리가 알던 한 후보와 대통령의 신뢰 관계가 그게 아니라는 것을 당원들도 다 알아야 한다”면서 “한 후보에게는 소통, 신뢰, 경험 3가지가 없다”고 했다.
 | | (왼쪽부터)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나경원·원희룡·윤상현 후보. 뉴스1 |
나·윤 후보도 원 후보를 측면 지원하는 모습이다.
나 후보는 전날 이명박 전 대통령 예방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특정인에 대한 배신이 국민을 위한 배신이라면 그것은 당연히 우리가 이해될 수 있다”면서도 “특정인을 위한 배신이 국민을 위한 배신이 아니라 사익을 위한 배신이라면 그것은 다른 차원”이라고 했다.
윤 후보는 한 후보와 윤 대통령의 관계를 ‘절윤’으로 표현하며 “절윤이 된 배신의 정치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른바 ‘배신의 정치’는 2015년 행정부가 시행령으로 법률을 무력화하지 못하도록 규정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이 여야 원내지도부 합의로 국회를 통과하자, 박 전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당시 여당 원내대표인 유 전 의원을 맹비난하면서 비롯됐다.
유 전 의원은 그 이후 전국구 정치인으로 부상했지만 대구·경북 지역과 강성 보수층에게 배신자로 낙인 찍혀 당내 경선마다 줄줄이 고배를 마셨다.
다만 한 후보를 겨냥한 ‘배신자 프레임’이 실제 판세에 큰 영향을 주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한 후보가 배신했다는 주장은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대통령에게 의견을 냈다는 이유로 배신이라고 한다면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수박 논쟁’과 다를 게 뭐냐”고 했다.
오히려 한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로 여겨져 다른 후보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해석도 제기된다.
한 국민의힘 전 의원은 “배신자 프레임은 윤 대통령과 한 후보를 갈라치기를 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그나마 원 후보가 가지고 있던 개혁적인 이미지에도 손상이 간다.
차라리 당 혁신을 얘기하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 판세가 계속되면서 한 후보는 압도적 우위로 1차 투표에서 끝내는 것이, 다른 후보들은 한 후보의 과반 득표를 저지해 2위 결선 진출이 중요한 상황이 됐다.
이런 가운데 비한(비한동훈) 후보들 사이 연대설·단일화론이 흘러나오지만 당장 후보들은 선을 긋고 있다.
유지혜 기자 kee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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