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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사업청이 대형 해상시험선 상세설계 및 건조사업에 HD현대중공업을 선정했다.
대형 해상시험선의 기본설계는 한화오션이 맡았다.
그동안 방사청은 기본설계를 한 업체가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상세설계 및 건조사업에서도 해당 업체와 수의계약을 진행한다고 주장해왔다.

30일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은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조달청을 통해 공고한 일반물자인 ‘대형 해상시험선 상세설계 및 건조사업’ 입찰 결과 1순위에 선정됐다.
사업 규모는 1255억원이다.

ADD가 공고한 건조사양서에 따르면 대형 해상시험선은 차세대 유도탄, 고고도 비행체 개발과 실용화를 위한 시험을 시행하는 다목적 특수선박이다.
이를 위해 첨단 시험 계측장비를 탑재하는 한편 원거리, 장기간 항해 능력을 보유해야 한다.
이 선박은 경하배수량(물품을 싣지 않은 상태) 6150t급 이상으로, 항속거리 1만해리 이상, 항해속력은 27.78㎞/h 이상의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또 연구원 60명을 포함한 86명이 승선할 수 있어야 한다.

ADD의 이번 발주는 우주 무기체계 개발을 위해 해상시험에 투입되는 시험선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기본설계는 한화오션이 맡았다.
이후 이 사업은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경쟁입찰로 진행됐다.

방사청은 대형 해상시험선은 방산물자가 아닌 일반물자이기 때문에 수의계약이 아닌 경쟁입찰로 진행했다는 입장이다.
군에서 미사일을 개발해 발사하는 대형 해상시험선은 방산물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방사청은 방위사업법 제 34조를 일반물자로 지정한 근거로 들었다.
이 조항에는 “방위사업청장은 산업통상자원부장관과 협의해 무기체계로 분류된 물자 중에서 안정적인 조달원 확보 및 엄격한 품질보증 등을 위하여 필요한 물자를 방산물자로 지정할 수 있다”라고 규정했다.
대형 해상시험선은 안정적인 조달원 확보와 품질보증이 필요 없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해진다.

또 방사청은 군수품관리법 제2조에 따라 “군수품은 국방부 및 그 직할기관, 합동참모본부(이하 "국방관서"라 한다)와 육군ㆍ해군ㆍ공군(이하 "각 군"이라 한다)에서 관리하는 물품을 말한다”는 근거를 제시했다.
대형 해상시험선을 사용하는 ADD는 직할기관으로 볼 수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ADD는 군과 함께 무기 개발과 도입사업을 결정하는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에 참가한다.
ADD 소장도 무기 개발 연구원 경력과 무관한 이건완(예비역 공군 중령) 전 공군작전사령관이 임명됐다.

그동안 방사청은 함정 건조사업을 진행할 때 기본설계를 한 업체가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상세설계 및 건조사업에서 수의계약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해왔다.
본지가 입수한 방사청 내부문건인 ‘한국형 차기 구축함(이하 KDDX) 사업추진 방안’에 따르면 "방사청 개청 이후 18번의 함정 연구개발 모두 수의계약을 통해 기본설계 업체가 상세설계 및 선도함을 건조해 왔다"고 했다.
이 문건은 이달 초에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문건은 "관련 규정에도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계속 수행토록 규정화됐다"고 밝혔다.

석종건 방위사업청장도 최근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여러 가지 전투체계, 무장, 소나 체계 등을 개발해서 통합해야 하는데, 기본설계를 한 업체가 상세설계를 했을 때 리스크가 줄고 사업관리를 하는 데 효율적일 수 있다"며 타당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업계는 대형 해상시험선 상세설계 및 건조사업 업체선정을 놓고 KDDX 사업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KDDX의 경우 HD현대중공업이 기본설계를 수행했다.
방사청은 상세설계와 초도함 건조를 수의계약으로 진행할지, 경쟁입찰로 진행할지 검토 중이라고 밝히고 있다.

일각에서는 경찰 수사 결과를 지켜본 뒤 방사청이 사업방식을 결정하려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다.
경찰은 HD현대중공업의 군사기밀 불법 취득과 관련해 대표나 임원이 개입했는지, 왕정홍 전 방위사업청장이 HD현대중공업에 특혜를 줬는지를 조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