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4법 처리를 둘러싼 5박 6일간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이 30일 종료됐다.
22대 국회 들어 여야 합의 처리 법안은 단 1건도 처리되지 않은 가운데 야당의 강행처리, 무제한토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이어지는 대치 정국이 '도돌이표'처럼 이어지고 있다.
여야의 소모적인 갈등이 이어지면서, 정치권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도 싸늘해지고 있다.

이날 국회는 25일부터 115시간 이어졌던 방송4법 처리를 둘러싼 본회의를 마무리 지었다.
국회는 이날 방송4법의 마지막 법안인 한국교육방송공사법(EBS법) 개정안을 재석의원 189석 중 찬성 189표로 통과시켰다.
이로써 방송통신위원회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 개정안을 포함한 이른바 '방송 4법'이 모두 국회에서 통과됐다.
여당 의원들은 무제한 토론 종료 이후 법안 강행 처리에 반발하며 퇴장했고, 야당 의원들만 표결에 참여했다.

방송4법은 방통위 의결 정족수를 현행 상임위원 2인에서 4인으로 변경하고 KBS·MBC·EBS 등 공영방송 이사 숫자를 대폭 늘리고 이사 추천권을 언론·방송 학회와 관련 직능단체에 부여하는 안 등을 담고 있다.

이번 무제한토론은 역대 최장이었던 테러방지법에 이어 역대 2번째로 긴 토론으로 남게 됐다.
모두 4개의 법안이 일괄 처리되는 과정을 밟음에 따라 법안 한 건이 상정되면 무제한토론이 실시되고 24시간 후 표결처리에 맞춰 무제한토론 종결 요구가 제출된다.
무기명 투표를 거쳐 토론이 종결되면 곧바로 표결이 이어진 뒤, 법안이 처리되는 수순을 밟는다.
야당이 무제한토론 종결에 필요한 의석 180석(재적의원의 5분의 3) 이상을 보유함에 따라 무제한토론임에도 법안 처리 1건에는 통상 하루 남짓 걸린다.
이번에는 4개의 법안이 패키지 형태로 처리되다 보니 5박 6일이 걸렸다.

무제한토론에는 모두 24명의 의원이 나서서 짧게는 24분(전종덕 진보당 의원)에서부터 길게는 13시간 11분(김용태 국민의힘 의원) 동안 발언을 이어갔다.
김 의원의 토론은 윤희숙 의원의 종전 기록 12시간 47분을 깬 역대 최장 무제한토론이다.
이 기간에 국회에서는 제20회 어린이국회 등이 열려 어린이 국회의원 등이 본회의장을 참관하기도 했다.

다만 이번 무제한토론에 대한 관심은 시들했다.
전체적으로 언론의 취재나 여론의 관심도 상대적으로 적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무제한토론이 종결된 뒤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규탄대회에서 "국민의힘은 집권당으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 윤 대통령에게 재의요구를 건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우원식 국회의장은 "입법부의 오랜 토론을 통해 내려진 주요 결정 사항에 대해 대통령이 거부권행사를 신중히 해 줄 것을 간곡하게 요청드린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