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에게 "정치에서는 결국 자기 사람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고 대통령실이 31일 밝혔다.
한 대표는 "대통령님 걱정 없이 잘 해내겠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30일 오전 용산 대통령 집무실에서 한 대표와 만나 "이 사람 저 사람 폭넓게 포용해 한 대표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대통령실 관계자가 전했다.

이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한 대표에게 애정어린 조언을 많이 해주셨다"며 "조직의 취약점을 강화해서 조직을 잘 이끌어 나가기를 바란다, 발전시켜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이날 회동에서 당직 개편 관련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나왔지만, 윤 대통령은 "당 대표가 알아서 하시라"고 말했다.

최근 국민의힘 내에서는 친윤계로 분류되는 정점식 정책위의장의 교체 여부를 놓고 친윤계와 친한계 간 물밑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한 대표는 최근 박정하 의원을 당대표 비서실장으로, 서범수 의원을 당 살림을 책임지는 사무총장으로 임명하는 등 친한계를 중심으로 새판을 짜고 있다.

이에 당 안팎에선 당연직 최고위원으로 당 정책을 총괄하는 정책위의장의 교체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현재는 친윤계인 정점식 의장이 2개월째 역할을 수행 중이다.

여권에선 윤 대통령이 한 대표에게 "알아서 하라"고 말한 만큼 계파를 신경 쓰지 말고 당의 운영을 결정하라고 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지만, 일각에선 윤 대통령이 친윤계를 품어 잘 화합하라는 의도를 내비친 것이란 해석도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한 대표와의 회동 막바지에 "당직 인선이 마무리되고 지도부가 정비되면 관저로 초청해서 만찬을 하자"라고 말하며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고 한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전날 회동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12시 30분까지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
만남을 주선한 정진석 비서실장만 배석했다.

당초 1시간 정도만 예정돼 있었지만,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각각 별도로 예정된 점심 약속을 미루면서 면담 시간이 길어졌다.
정 실장이 참석하지 않은 '독대'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두 분은 과거 법조 생활에 대해 말씀을 나누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 면담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최근 민감한 현안은 물론 여소야대 속 당정 협력 강화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면담에서 한 대표가 '제3자 특검법'을 제안한 채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를 보좌하기 위한 제2부속실 설치 문제는 언급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번 만남을 계기로 당정 간 회동이 정례화되느냐는 질문에는 "정례화까지는 상세하게 나오지 않았지만 자주 만날 것"이라며 "비공개로 진행한 이유도 실질적 대화를 하기 위함도 있지만,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앞으로 자주 만날 것이라 굳이 공개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