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우리는 지금 핵무기 수를 기하급수적으로 늘일 데 대한 핵무력 건설 정책을 드팀 없이(흔들림 없이) 관철해나가고 있다"고 자평했다.
대규모 수해로 체제 취약성을 드러낸 상황에서 또다시 '공화국 핵무력'이라는 국방력 강화 정책을 앞세운 것이다.

10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은 9·9절(북한 정권 수립 기념일) 76주년을 맞아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주요 당·정 간부들을 상대로 국가사업 방향에 관한 연설을 했다.

김 위원장은 "공화국의 핵전투 무력은 철통같은 지휘통제체계 안에서 운용되고 있다"며 "명백한 결론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핵 역량과 그것을 국가의 안전권을 보장하는데 임의의 시각에 옳게 사용할 수 있는 태세가 더 철저하게 완비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북한의 안보 환경을 '미국 주도의 위협'으로 규정했는데, 이는 한·미·일 협력이 강화되는 흐름을 견제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그는 "미국이 주도하는 군사쁠럭(군사블록) 체계의 무분별한 확장 책동과 그것이 핵에 기반한 군사쁠럭이라는 성격으로 진화됨에 따라 중대한 위협으로 우리 앞에 다가왔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핵을 보유한 적수국가들이 강요하는 그 어떤 위협적 행동에도 철저히 대응할 수 있는 핵 역량을 부단히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과시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 국가는 책임적인 핵보유국"이라며 "항시 엄중한 핵위협을 받고 있는 우리가 자기를 지키기 위해 가진 핵무기는 그 누구에게도 위협으로 되지 않는다"고 강변하기도 했다.
또 "강력한 힘, 이것이 진정한 평화이고 우리 국가발전의 절대적인 담보"라고 거듭 강조했다.

김 위원장의 핵무력 관련 연설은 북한의 불리한 안보 상황을 외부의 탓으로 돌려 핵무기 증대를 위한 명분으로 삼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올여름 대규모 홍수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상황에서도 군사력 증강을 위해 주민들에 대한 착취를 멈추지 않겠다는 방침으로도 볼 수 있다.

다만, 김 위원장은 민심 이반을 고려한 듯 경제 분야 과제에 대해서도 언급을 이어 갔다.
그는 상반기 북한의 경제 개선 추진 활동에 만족감을 표하면서도, 자신이 역점 사업으로 제시한 '지방발전 20×10 정책' 등 올해 경제 분야 목표를 반드시 달성해야 한다고 간부들을 다그쳤다.

김 위원장은 "20개 시군에서 주요 지방공업공장의 실체가 예상했던 그대로 뚜렷"해지고 있다"며 "농사 작황도 전반적으로 괜찮고 그만하면 좋은 결실을 내다볼 수 있게 됐다"고 자평했다.
당과 정부의 최우선 과제로는 "새시대 지방발전 정책의 무조건적이고도 완벽한 실행"을 꼽았다.

또 지난 7월 말 압록강 하류 수해를 복구하는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을 두고서는 "일련의 진전이 있었다"며 "당과 정부가 자연재해 대응에서의 허점과 공간을 새롭게 세밀히 투시하고 앞으로의 전망적이고 불가역적인 방지 대책을 강구하게 된 것은 중요한 진일보"라고 포장했다.

한편 김 위원장의 이번 연설은 군사적 정책에 관한 비중이 주를 이뤘지만, 별도의 대남 관련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통일 독트린' 등 사안에 대해서도 한 달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