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명태균 의혹’ 與당사 압수수색… ‘7명 공천 자료’ 파장 촉각세계일보 기사제공: 2024-11-27 17:45:48

명태균·김영선 신병 확보 이어 수사 속도
6·1 재보선 당시 자료 확보 나서
김영선·박완수 지사 등 대상 적시
與, 창원지검 자료 제출 요구에
“당 대외비… 영장 절차 밟아달라”
“韓, 明 의혹 관련 거리낄 것 없어”
당 지도부, 차분하게 수사 협조

윤석열 대통령 부부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54·구속)씨를 수사 중인 검찰이 27일 국민의힘 당사를 압수수색했다.
명씨에게 거액을 건넨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구속된 김영선(64) 전 의원 등이 공천을 받은 2022년 6·1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공천 관련 자료 확보를 위해서다.
명씨와 김 전 의원 신병을 확보한 검찰이 공천 개입 의혹 쪽으로 수사를 본격적으로 확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검찰과 국민의힘에 따르면 창원지검 전담수사팀은 이날 오전 검사와 수사관을 서울 여의도로 보내 국민의힘 중앙당사 내 조직국과 국회의원회관에 위치한 당 기획조정국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이 제시한 영장에는 김 전 의원을 비롯해 박완수 경남지사 등 7명의 공천 관련 심사 자료와 당무감사 자료가 대상으로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명태균(구속)씨가 연루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창원지검 수사관들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마친 뒤 밖으로 나서고 있다. 오른쪽 첫 번째는 압수수색에 입회한 국민의힘 김상욱 의원. 이제원 선임기자

앞서 김 전 의원 회계책임자이자 여론조사업체 미래한국연구소 직원 출신인 강혜경씨는 국회 국정감사에서 명씨가 2022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윤석열 당시 후보에게 불법 여론조사를 해준 대가로 김 전 의원이 공천을 받았고 이 과정에 김건희 여사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명씨에게 “공관위(공천관리위원회)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그건 김영선이 좀 해줘라’ 했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고 한 윤 대통령 육성이 공개되기도 했다.
당시 김 전 의원은 박완수 지사의 지방선거 출마로 공석이 된 경남 창원의창 지역구에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이와 관련해 검찰이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 등을 조사할 가능성이 제기되자 이 의원은 윤 대통령이 서울 강서구청장 후보와 경북 포항시장 공천에 관여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검찰은 2022년 10월 대장동 사건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당사 진입을 시도한 적이 있으나, 여당 중앙당사 압수수색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국민의힘은 그러나 당 운영의 핵심 자료인 지역별 당원 명부, 공천·선거 관련 자료 등을 관리하는 당 조직국에 강제 수사가 단행됐음에도 별다른 반발 없이 비교적 차분한 태도로 검찰에 협조하는 모습이었다.
서범수 사무총장이 현장을 찾기는 했지만 “공식적으로 법과 원칙에 의해 영장이 나온 것”이라고 했고, 김상욱 원내부대표도 당사 앞에서 기자들을 만나 “정당에 대해서는 공권력이 함부로 들어오지 않는 것이 서로 지켜야 될 선이지만 국민적 의혹이 있다면 여당이라고 해서 검찰이 봐준다는 소리를 들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27일 명태균 씨를 수사 중인 검찰 수사관들이 수사를 벌이고 있는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내 국민의힘 기획조정국 사무실. 연합뉴스

애초 검찰은 경남 창원의창 공천 자료 등 제출을 요구했으나 당은 대외비 자료이므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자료를 요구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 법률자문위원장인 주진우 의원은 이날 오후 검찰이 당 기획조정국 압수수색에 나선 데 대해 “국회 공간이어서 가급적 임의 자료 제출 형식으로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 지도부의 이 같은 태도는 한동훈 대표가 공천 개입 의혹과는 거리가 멀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올해 4·10 총선 당시 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공천을 책임졌지만, 이날 검찰의 압수수색 대상은 2년 전 공천 관련 자료에 국한됐다.
당 지도부 핵심관계자는 “한 대표는 올해 총선에서 김 전 의원 공천을 배제하지 않았느냐”며 “명태균 의혹과 관련해서는 거리낄 게 없다”고 말했다.

한 대표도 당사 압수수색에 관한 기자들 질문에 “법원에서 발부된 영장”이라며 “정치활동의 본질을 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법에 따라 응하겠다는 관련 부서 보고를 받았다”고만 밝혔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