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표결… 거야 몰표로 통과 유력
한동훈 “감사원 무력화로 탈취 시도”
野 “표적 수사·부실 감사 탄핵”
與 “이재명 방탄용 정치 폭행”
野 “檢, 金 여사 봐주기 수사 탄핵 사유
감사원, 정치 감사로 독립성 무너뜨려”
與 “李 대표 대선 고려한 재판 지연 전술
국가 기능 마비시키려는 보복의 칼날”
檢 반발 확산… 평검사도 입장문 낼 듯
더불어민주당이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과 최재해 감사원장 등을 겨눠 발의한 탄핵소추안이 2일 국회 본회의에 보고됐다.
검찰과 감사원이 야권 인사들만 선별적으로 표적 수사 및 감사를 하면서도 김건희 여사 등 여권 인사 비위엔 눈 감고 있어 탄핵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야당의 주장이다.
그러나 탄핵안 통과로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 지휘부가 직무 정지될 경우 수사 지연 및 사건 처리 장기화가 심각한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는 이재명 대표의 차기 대선 출마 일정을 고려해 재판 지연 전술을 펼치려 한다고 보고 강력 반발했다.
서울중앙지검 지휘부가 직무대행 체제가 되면 이 대표가 서울중앙지법에서 받고 있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비롯해 대장동·백현동·성남FC 등 사건의 공소유지에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어서다.
탄핵안 표결은 4일로 예정된 본회의에서 이뤄진다.
다수당인 민주당이 뜻을 꺾지 않는 한 찬성 몰표로 탄핵안 통과가 유력시된다.
 | 野·政 충돌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왼쪽 사진 오른쪽)와 이성윤 의원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안을 제출하고 있다.
최달영 감사원 사무총장(오른쪽 사진)은 이날 서울 종로구 감사원 본원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헌법상 독립기구의 수장인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 시도를 당장 멈춰주길 간곡히 호소한다”고 밝혔다.
남제현 선임기자·이재문 기자 |
민주당이 탄핵하려는 서울중앙지검 검사는 이 지검장과 조상원 4차장, 최재훈 반부패수사2부장 등 3명이다.
4차장 산하 수사부서들은 과거 ‘특별수사부’로 불리던 곳으로 정치인이나 대기업 등이 얽힌 굵직한 사건을 도맡는다.
따라서 해당 수사지휘라인 탄핵이 현실화할 경우 검찰의 수사 역량이 대폭 약화할 수밖에 없다.
야당이 내세우는 탄핵 근거는 검찰이 김 여사에 대해 봐주기 수사를 해 법질서를 무너뜨렸다는 것이다.
김 여사가 300만원 상당 디올백을 받은 혐의(청탁금지법 위반)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를 줄줄이 불기소처분한 것은 명백한 탄핵 사유라는 것이 야당의 주장이다.
특히 검찰이 김 여사를 소환조사하지 않고 김 여사 측이 원하는 장소로 검사들이 찾아가 ‘출장조사’한 것으로 드러나 야당의 불편한 심기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한 야당 의원은 “검찰은 이 대표가 단식 투쟁을 하다 병원에 입원 중일 때도 청사로 불러 조사했었다”며 검찰을 향한 적개심을 드러냈다.
민주당 한민수 대변인도 “지난 2년 반 동안 김 여사 관련 수사를 붙잡고 아무것도 안 하면서 태업만 한 곳이 서울중앙지검”이라며 “민생수사 공백 운운하며 태업으로 국민을 기만하려는 얄팍한 꼼수는 통하지 않는다”고 날을 세웠다.
 | 더불어민주당이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연루 의혹을 수사한 뒤 불기소 처분한 것을 문제 삼아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 탄핵안을 국회 본회의에 보고할 예정이다.
사진은 2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모습. 뉴시스 |
민주당은 최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안도 발의하며 전선을 넓혔다.
감사원의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및 국가통계 조작,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 관련 감사가 문재인정부를 겨눈 ‘표적감사’이자 ‘정치감사’라는 것이 야당의 시각이다.
아울러 윤석열정부의 대통령실 및 관저 이전 공사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비위 의혹을 ‘부실 감사’했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감사원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무너뜨린 것은 최 원장을 비롯한 수뇌부”라며 “부실투성이가 대통령 관저 감사, 전 정권에 대한 억지·보복 감사로 감사원의 권위와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그러고는 “이들을 탄핵하는 것이야말로 감사원을 바로 세우는 길”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야당이 이 대표 방탄 목적으로 “국가 기능을 마비시키려는 저열한 보복의 칼날을 휘두르고 있다”며 강력 비판했다.
 |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더불어민주당 방탄 예산 폭거 규탄대회를 하고 있다.
뉴스1 |
추경호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연 규탄대회에서 “브레이크 없는 폭주만 거듭하던 민주당이 헌정 사상 처음 정치 폭행을 자행했다”며 “22대 국회 내내 입법 폭주, 보복 탄핵, 특검 겁박으로 국정을 흔들더니 급기야 감사원장과 검찰 지휘부 탄핵으로 아예 국정을 마비시키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 방탄에 방해가 된다면 국가기관, 감사기관, 수사기관 할 것 없이 탄핵으로 겁박하고 예산으로 난도질하며, 국가 기능을 마비시키려는 저열한 보복의 칼날을 휘두른다”고 지적했다.
한동훈 대표도 앞선 당 회의에서 “자기들을 수사하거나 자기들에 관한 비위를 조사했던 사람을 콕 찍어 탄핵하는 것이 대한민국에, 2024년에 있을 수 있는 일인가”라며 “감사원장 탄핵을 할 경우 직무를 대행할 사람은 과거 친민주당 성향으로 국회에서도 비판받았던 조은석 감사위원이고, 이건 그냥 감사원을 민주당이 탄핵을 통해 탈취하겠다는 시도에 지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2년 반 사이 18명의 공직자 탄핵을 시도하고 있다며 이 대표를 히틀러에 비견하기도 했다.
김종혁 최고위원은 “독재자 히틀러는 집권 후 수권법을 통과시켜 행정부가 입법부 대신 법안을 낼 수 있게 한 뒤 사법부 독립도 무너뜨렸고, 독일 민주주의는 붕괴했다”며 “절대권력은 절대 부패한다.
그건 대통령뿐 아니라 이른바 ‘여의도 대통령’이라는 분에게도 해당된다는 것을 잊지 말라”고 경고했다.
 |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본회의에 보고된 것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탄핵안 발의는 단순한 비판을 넘어서 부당한 정치 공세”라고 반발했다.
박 장관은 “검찰의 본질적 기능을 훼손하는 것이자 사법 시스템의 한 축을 맡은 검찰의 기능을 마비함으로써 국민들의 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자신들의 의견과 다른 사건 처리 결과를 내놨다는 이유로 탄핵소추하는 것은 위법 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 사무의 최고 책임자이자 정치적 책임을 지는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탄핵하든 해임결의를 하는 것이 맞다”고도 했다.
검찰 내부의 반발과 우려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소속 평검사들은 지난달 29일 탄핵 추진 대응 방안 논의를 위한 긴급회의를 연 데 이어 조만간 공동 입장문을 낼 예정이다.
최달영 감사원 사무총장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감사원이 전 정부 ‘정치감사’를 함으로써 정치적 중립성을 위배했단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최 총장은 “어느 정부를 막론하고 일체의 정치적 고려 없이 공정하게 감사하고 있다”고 했다.
배민영·유태영·김나현·유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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