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넬 특사, 대북 전략 담당 전망
전문가 “인적네트워크 조속 마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직접 대화 가능성을 연일 시사하면서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인 ‘한국패싱’ 우려가 커지고 있다.
17일 외교가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이 직무정지됐고, 대통령 권한대행체제라는 비상상황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되는 것은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인 한국이 소외될 가능성을 높이는 측면이 있다.
트럼프 당선인 대선 승리 직후부터 제기된 이런 우려는 점차 현실화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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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가졌을 당시의 모습. 연합뉴스 |
그리넬 특사는 트럼프 1기 집권 당시 김 위원장과의 직접 대화를 지지했다.
이번에 특사로 지명되면서 정통 외교관 출신으로 북한에 대한 전문성이 부각되면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북 전략을 이끄는 인사로 평가되고 있다.
이 와중에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정상외교 공백은 대통령 권한대행 한덕수 국무총리나 이하 외교 당국자급에서는 메우기 힘들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북한학)는 “모든 것을 거래 비용적으로 대하는 트럼프 입장에서 금세 없어질 권한대행을 실질적 파트너로 생각할 가능성은 낮다”며 “당연히 새로 들어오는 정부 인사랑 대화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한국이 이방인으로 추락하고, 우리 운명을 미국과 북한에 맡기게 되는 것”이라며 “이런 일은 있어선 안 되므로 대행 정부가 윤석열정부의 대북 강경책에서 빨리 벗어나 플랜B를 즉각 가동하면서 미국과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주어진 상황에서 가능한 최선의 조치는 실무적으로 빠르게 인적 네트워크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2018년 때와 비교하면 상황이 나쁘지만은 않다는 게 박 교수의 분석이다.
현 시점에서 확정된 컨택 포인트인 알렉스 웡(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그리넬 특사 등은 한국에서 접촉한 관계자들이 꽤 있기 때문에 외교부나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이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힘들다면 적절한 인맥과 기업을 동원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박 교수는 “똑같이 대화를 하더라도 내용적으로 이번에는 트럼프 당선인이 전쟁을 끝내고 싶어하고, 거기에 개입된 북한을 빼내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의 대외정책 우선순위 해결을 위해 북한을 관리하려 한다면 우리에게 악재인 것만은 아니다”고 말했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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