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 잣대·편파적” 비판에 고개 숙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김용빈 사무총장은 23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비판하는 현수막을 여당 의원이 활용하지 못하도록 한 조치를 두고 “섣부른 결정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선관위의 현수막 불허 조치에 “이중 잣대”, “편파적 결정”이라는 비판이 확산되자 뒤늦게 고개를 숙인 것이다.
김 총장은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당 간사인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의 관련 질의에 이같이 답변했다.
현수막 논란은 국민의힘 정연욱 의원이 ‘그래도 이재명은 안 됩니다’라고 적은 현수막을 지역구인 부산 수영구에 걸려고 했지만 선관위가 공직선거법 254조 선거운동기간위반죄에 해당할 수 있다며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면서 불거졌다.
해당 현수막이 이 대표를 겨냥한 낙선운동 성격이 있다는 것이다.
 | 김용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왼쪽)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최상수 기자 |
이를 두고 선관위가 윤석열 대통령 파면과 조기 대선을 기정사실화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조 의원은 “선관위는 (헌법재판소의 윤 대통령) 탄핵 재판이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탄핵 인용을 기정사실화하고 조기 대선을 확신하고 있나”라고 따졌다.
김 총장은 “그렇지 않다”며 “사전 선거운동 관련 (선거법) 조문만 갖고 판단해 (정 의원실에) 답변이 나간 것 같다”고 진화에 나섰다.
아울러 기존의 현수막 불허 조치에 대해선 “보류된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국회의 윤 대통령) 탄핵소추 의결 전 ‘재명아 감옥 가자’ 등 현수막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 영역 안에 있다고 해서 허용했다”며 “저희 기준은 법상 명백히 제한 금지된 경우에 한해 최소한으로 제한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앞서 정 의원 측은 해당 현수막에 위법 사항이 없는지를 검토받기 위해 국회에 파견된 선관위 협력관에게 문의했다.
이후 선관위 해석과는 현수막 문구가 위법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의원 측은 “문구상 ‘안 됩니다’가 무엇을 의미하는 건지 묻지도 않은 선관위가 ‘조기 대선 출마’를 하면 안 된다는 의미로 해석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권성동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선관위가 이 대표를 위해 사전 선거운동을 하는 것 아니냐”고 날을 세웠다.
한편 조 의원은 선관위가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면 처벌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선관위 셀프 성역화법으로 오해받기 좋다”며 “나경원 의원이 ‘이러니까 부정선거 의심 지적을 받지’라고 SNS나 유튜브에 나가서 하면 10년 이하 징역 받냐”고 물었다.
이에 김 사무총장은 “제가 진행하라고 얘기한 건 맞다”면서도 “지금 현재 시국 자체가 부정선거에 기반해서 이뤄진 면이 있으니까 선관위 또한 책임이 있어서 제도개선을 해야 되지 않겠냐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종전에도 부정선거론자들에 대응하기 위한 제도개선을 (추진해왔다)"고 말했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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