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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선진국2030]②25살 발달장애 청년 "연금 月30만원이 수입 전부"
아시아경제 기사제공: 2022-09-28 19:00:00
편집자주지난 8월 대구에서 30대 여성이 2살 된 발달장애 자녀를 숨지게 하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앞서 성동구와 인천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하는 등 2년 동안 비극적인 사건들이 20여건 일어났다.
작년 UN 산하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대한민국의 지위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변경한지 1년이 지났지만, 국민 삶의 질도 선진국 위상에 걸맞게 바뀌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보다 심도있는 고민이 필요하다.
특히 법의 보호가 꼭 필요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사각지대와 새롭게 요구되는 법은 없는지 등을 살펴보고 국회에서 할 수 있는 '인간다움을 위한 입법', 이를 통한 '선진국으로의 방향'을 모색해보려고 한다.
그 첫 번째로 '발달장애인(지적·자폐성장애인)'이 처한 현실과 개선점 등을 살펴보고 국회에서 논의 중인 입법 등을 다룬다.

'30만7500원+2만원'

서울 강동구에서 부모와 함께 사는 장애인 이모(25)씨가 한 달에 한 번 정부로부터 받게 되는 장애인 연금이다.
성인이 되면서 받을 수 있는 장애인 기초급여와 부가급여를 합친 액수다.
이씨는 지적장애와 발달장애를 가진 중증 장애인으로, 65세가 될 때까지 장애인 연금을 받는다.
20대 초반이지만 비장애인들처럼 대학을 가거나 취업을 기대하긴 어렵다.
현재 이씨는 발달장애인평생교육센터에 다니고 있다.
장애인 연금 30여만원은 대부분 센터비로 사용한다.
센터는 월 이용료가 20만원이며 점심값은 9만원이다.
매달 고정 비용을 쓰고 나면 남는 연금은 거의 없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센터 운영 시간이 끝나면 주로 어머니 강모(51)씨가 이씨를 돌보지만 주간활동보조서비스를 일부 활용하기도 한다.
강씨의 남편이 직장을 다니고 있어 활동보조서비스를 이용할 때 15만원 정도 자부담금이 든다.


어머니 강씨는 최근 아들을 맡길 수 있는 주간보호센터에 자리가 있는지 알아보고 있다.
지금 다니고 있는 발달장애인평생교육센터는 최대 5년까지만 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
이씨는 올해를 마지막으로 센터를 더 다닐 수 없게 됐다.
강씨는 "아이가 직업을 갖는다면 좋겠지만 안 받아줄 것 같은 환경"이라며 쓴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는 "관내 주간보호센터가 많지 않아 다른 지역까지 알아봐야 하는데 자리가 있다는 보장이 없다"고 덧붙였다.


"발달장애인들도 2~3일에 한 번 꼴로 실종됐다는 공지가 뜨기도 해요."

24시간 돌봄 체계가 시급하지만 지원 제도는 여전히 현실을 따라오지 못한다.
강씨는 "발달장애인들 중 스스로 이동할 수 있는 분은 소수"라며 "한 달에 100~120시간 정도 활동지원 보조 시간을 받지만 주말에도 일을 나가야 하는 부모들에겐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세상이 점점 좋아지는 것 같지만 속도가 너무 느리고 되풀이되는 게 여전히 많다고 했다.
강씨는 "장애아를 키우면서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는 거부당하는 것"이라며 "내가 살아온 세상에서 장애아라는 이유로 거부를 당할 때 무력감을 느낀다"고 했다.



모든 부담을 가족이 짊어져야 한다는 사실이 발달장애인 가족들을 더욱 힘들게 한다.
중증 장애인이어도 기초생활수급대상자가 아니면 월 30만원 정도가 정부 지원의 전부다.
강씨는 "중압을 견디기가 너무 힘들면 빨리 끝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라며 "엄마들이 그런 얘기하면 그냥 같이 울어준다"고 담담하게 했다.
강씨 역시도 힘든 찰나의 순간들이 있어왔지만 20여년이 지난 지금은 많이 단단해졌다.


그럼에도 비장애인 두 딸들이 나서 이씨를 돌보겠다며 결혼하지 않겠다고 말할 땐 가슴이 아프다.
강씨는 "아이들에게 피해 안 가게 하겠다고 노력한다고 하지만 노후에 수입이 끊기는데 집 뜯어 먹고 앉아 있어야 하냐는 얘기를 한다"며 "수급자가 될 수는 없으니까 계속해서 가족이 생계를 책임져야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현재 장애판정표는 육체 기준…정신 장애인 위한 복지제도 필요

강씨는 발달장애인 같은 정신 장애인들을 위한 복지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애판정표를 보면 신체 능력만으로, 주로 육체적 장애를 기준으로 판단을 하기 때문에 그런 점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정신 능력, 뇌 문제는 팔다리가 있어도 소용 없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잘 반영하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통합을 목표로 한 장애인 복지라면 장애인의 자격을 갖추라고 하지 않았으면 한다"며 "장애인의 자격을 갖춰야 필요한 서비스를 줄 수 있다는 마인드 자체로는 장애인과 장애인,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분리하는 제도 밖에 되지 않는다"고 했다.


"특수학교를 지어달라고 하는 부모들한테 'XX자식 갖고 유세 떨지 말라'고 말하는 주민들이 나오는 다큐멘터리(학교가는 길)를 보고 가슴이 미어지더라고요. 학교가 생긴다고 집값이 떨어지진 않을텐데, 장애인이 싫다는 속마음이 그대로 찍혀 있어서 너무 충격적이었어요."


여전히 이씨가 아들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면 곧바로 내리는 이웃들이 있다.
강씨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나오는 분들을 보면서 '저 분들이면 나도 친하게 지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대부분은 그렇지가 않아 피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면서도 "그 분들 마음도 이해한다.
낯설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이런 문제는 접촉을 통해서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어떤 장애를 가졌더라도 밖에서 이웃과 함께 살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씨는 25년 간 장애아를 키우면서 지원 서비스를 연령대별로 개별적으로 일일이 다 찾아다녔다고 했다.
앞으로는 이런 신청 과정을 정부가 먼저 알려주고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전히 보건복지부 서비스는 문턱이 높고 어려운 용어 투성이다.
정부와 국회가 보다 신경써야 할 대목이다.


그는 "외국에선 장애 판정을 받는 즉시로 의사와 교사 등 지원 인력을 아이 중심으로 한 팀으로 구성해주는 사례가 있다"면서 "우리나라는 전부 가족들이 해야 하는데, 중심이 되는 '코디네이터'가 필요하고 그 사람이 권한을 갖고 빈틈없이 복지 지원을 메꿔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야 복지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고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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