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훈 영장 발부 배경·수사 전망
北 시신소각 후 자진월북 속단
기밀첩보 지워 은폐 시도 혐의
법원 “서 前실장 증거인멸 염려”
檢, 다른 윗선 확인에 주력 방침
유족측, 文 직무유기 고발 계획
문재인정부 청와대 안보 라인 최고 책임자인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으로 구속되면서 검찰의 수사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직접 보고를 듣고 최종 승인했다”고 밝힌 만큼 당시 청와대 보고, 의사 결정 과정 등이 규명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 문재인 전 대통령(앞)과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연합뉴스 |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검사 이희동)는 전날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로 최장 20일간 서 전 실장 신병을 확보한 상태에서 보강 수사를 할 수 있게 됐다.
검찰은 5일 서 전 실장을 불러 다른 ‘윗선’, 고위 인사들과의 연관성 등을 확인하는 데 수사력을 모을 방침이다.
서 전 실장은 문재인정부 5년간 국정원장(2017년 6월∼2020년 7월)과 국가안보실장(2020년 7월∼2022년 5월)을 지낸 핵심 인사다.
서 전 실장은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 이대준씨가 북한군에 살해돼 시신까지 소각된 다음 날인 2020년 9월23일 오전 1시 주재한 관계장관회의에서 이씨가 ‘자진 월북’했다고 속단하고, 국방부·국가정보원 등에 기밀 첩보 삭제를 지시해 사건을 은폐하려 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를 받는다.
감사원 감사 결과, 이 회의가 끝난 뒤 군사정보통합처리체계(MIMS·밈스)에 탑재된 군 첩보 관련 보고서 60건과 국정원의 첩보 보고서 등 46건이 삭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서 전 실장은 또 이씨가 자진 월북한 것으로 몰아 가도록 해양경찰청 등 관계 부처들이 보고서나 보도자료에 허위 내용을 쓰게 했다는 혐의(허위 공문서 작성 및 행사)도 받는다.
검찰은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등으로 당시 악화일로를 걸었던 남북관계를 고려해 컨트롤타워인 국가안보실이 월북 몰이를 주도했다고 보고 있다.
법원은 지난 10월27일 서 전 실장이 더불어민주당 윤석열정권 정치탄압대책위원회 주최로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과 연 기자회견을 근거로 들면서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고 주장한 검찰 손을 들어줬다.
서 전 실장 측은 증거인멸 염려가 없다며 당시 이씨의 자진 월북 가능성은 “제반 첩보를 기초로 한 정책적 판단이라 사후적인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검찰은 서 전 실장을 “국가안보실과 관계 부처들 업무 수행과 관련한 최종 결정권자인 책임자”로 보고 있지만, 대북·안보 정책의 최종 결정권자는 대통령이란 점에서 문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수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조심스레 점쳐진다.
특히 문 전 대통령이 지난 1일 “국방부, 해경, 국정원 등의 보고를 직접 듣고 그 보고를 최종 승인한 것”이라며 “특수정보까지 직접 살펴본 후 그 판단을 수용했다”고 스스로 밝힌 만큼, 문 전 대통령이 어떤 과정을 거쳐 보고를 받았고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 등에 대해서도 검찰 수사가 불가피하다.
그 과정에 노 전 실장이 관여했는지 여부도 가려내야 할 부분이다.
이대준씨 유족 법률대리인 김기윤 변호사는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검찰이) 서 전 실장이 최종 결정권자라고 하는 건 지금까지 수사 단계가 그렇다는 얘기지, 문 전 대통령 수사는 못하겠다는 취지로는 보여지지 않는다”며 “서 전 실장을 상대로 박지원 전 국정원장, 또 문 전 대통령과의 관계 등을 조사하고, 그다음 박 전 원장을 소환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유족 측은 박 전 원장 소환 조사가 이뤄지면 문 전 대통령을 직무유기 등 혐의로 고발할 계획이다.
 |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법원은 서해 공무원 피격 관련 첩보를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 등을 받는 서 전 실장에 대해 3일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뉴스1 |
검찰이 대통령기록관 압수수색을 통해 유의미한 관련 자료를 확보했는지도 관심이다.
검찰은 지난달 말 대통령기록관 압수수색을 약 2개월 만에 사실상 마무리 짓고 압수물을 분석 중이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1일에 이어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검찰 수사를 비판하는 입장을 냈다.
문 전 대통령이 2차례나 강도 높은 비판 메시지를 직접 내놓은 건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는 데 대한 불편한 심기가 반영된 것이다.
일각에선 서 전 실장 구속으로 검찰의 수사 칼날이 문 전 대통령 턱밑을 겨누는 모양새가 된 만큼 문 전 대통령이 격앙된 반응을 보이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편, 서 전 실장은 법원에 구속적부심을 청구할지 여부를 검토 중이다.
서 전 실장 변호인단은 “방어권 보장을 위해 불구속 수사와 재판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진영·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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