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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산책] 론드리 프로젝트 - 빨래 하러 왔다가 친구 생겨 가지요
기사작성: 2021-07-22 13:09:57

[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이웃사촌’이란 단어엔 정감이 듬뿍 담겨 있다.
담장이 낮아 자유롭게 드나들면서 이웃집 숟가락이 몇 개인지도 알 정도로 왕래가 잦아, 혈육보다 가깝게 느껴지는 이웃. 맛있는 음식을 나눠주는 일은 당연한 듯했고, 다 먹은 빈 그릇에는 다른 음식을 채워 다시 가져다주는 일이 비일비재했던 시대에 우리는 흔하게 이웃사촌을 들먹였다.
그러나 이제 현실에서는 더 이상 듣기 어려워졌다.
1인 가구 시대에 개인주의화한 생활방식이 지배적으로 자리 잡으면서 이웃과 대화는커녕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다반사다.
시골이 아닌 도시의 삭막함은 더하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나누는 잠깐의 인사 또한 사치가 된 듯 서로가 시선을 피하기 일쑤다.
이웃사촌의 정(情)은 옛말이 돼버린 지 오래다.
이런 세태 속에서도 정겨운 동네 이웃들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어떨까. 빨리 찾아보면 좋겠다는 조급함마저 생길 정도로 궁금해진다.
카페와 빨래방의 ‘컬래버’인 이곳은 이색카페를 찾는 인스타그래머들에게도 인기다.
타인의 정을 그리워하는 이들이 발걸음을 옮기는 곳,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론드리 프로젝트’가 바로 그곳이다.


해방촌 오거리로 향하는 언덕길을 올라가다 보면 낡은 건물 사이로 하얗게 칠해진 외벽이 눈길을 끄는 한 가게가 나온다.
호기심에 문을 열면 다양한 모습을 한 손님들을 마주할 수 있다.
커피를 마시며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는 이들도 있는가 하면 세탁기에서 빨랫감을 주섬주섬 꺼내는 이들도 있다.
몇몇은 볕이 잘 드는 창가에서 책을 읽기도 한다.
언뜻 보면 카페로 보이는 이곳은 사실 해방촌 주민들이 즐겨 찾는 빨래방이다.
세탁기가 돌아가는 동안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이곳은 2017년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의 욜로(YOLO) 특집에 나와 입소문을 타기도 했다.


‘빨래방’과 ‘카페’가 합쳐진 독특한 이 공간은 이현덕 대표(36)가 2015년 친구와 얘기를 나누던 중 떠오른 아이디어에서 착안해 만든 곳이다.
이 대표는 당시 해방촌 공유주택에 살고 있는 지인이 근처에 빨래방이 없어 불편해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근방에 외국인들이 많이 살아 당연히 빨래방이 있을 줄 알았는데, 없어서 의아했다”고 말한 그는 이 대화를 계기로 개업을 결심하게 된다.
그러나 빨래방 운영만으로는 미래 비전이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언젠가는 경쟁업체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그렇게 고민하던 중 번뜩 떠오른 소재가 바로 ‘커피’다.
원체 커피를 좋아했다던 이 대표는 “차별화를 위해 카페를 접목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홀린 듯 ‘세탁 카페’를 준비하게 됐다”라며 “이 아이디어가 떠오른 후 너무 설레서 잠도 오지 않았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개업을 본격적으로 준비하면서는 프랑스 유학 시절의 경험이 도움됐다.
이 대표는 “프랑스는 오래된 건물이 많아 내부에 세탁기가 없는 경우가 많다”며 “그때 빨래방을 자주 이용하면서 은은히 풍겨오는 세탁향에 편안함을 느꼈다.
이런 평화로운 분위기를 잘 활용하면 모르는 사람끼리도 빨래방 안에서 친목을 다질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때의 기억을 되살려 만든 곳이 바로 지금의 ‘론드리 프로젝트’라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이곳을 “세탁이라는 일상 시간을 통해 도시인에게 여유와 힐링, 새로운 만남을 제안하는 공간”이라고 소개했다.
가게를 일종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만들고자 했던 그는 사람들 간의 교류를 주목했다.
이 대표는 “고향을 떠나 혼자 살다 보면 온종일 말 한마디도 못 할 때가 있다.
낯선 환경에 머물면서 동네 친구를 만날 기회조차 없는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자연스럽게 동네 친구를 만들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부연했다.
세탁기가 부지런히 돌아가는 동안 커피를 마시며 이웃과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해주고 싶었던 것이다.



낯선 사람과의 대화가 다소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으나, 이곳에서만큼은 예외다.
손님들은 자연스레 서로의 안부를 묻고 소통한다.
이 대표는 그 비결로 ‘느슨한 연대감’을 꼽았다.
그는 “가족도 친구도 아닌 사이지만 같은 공간에서 계속 마주치다 보면 어느 순간 서로 마음을 열게 된다”라며 “또 빨래라는 개인적인 일을 하면서 이곳을 편한 공간으로 인식하는 분들이 많다.
동네 거실 같은 역할을 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이곳에서 만난 손님들 간의 재미난 교류도 나오고 있다.
이를테면 몇몇 디자이너는 이곳에서 만난 뮤지션의 앨범 재킷을 만들어주거나 뮤직비디오를 찍어 주는 등 작업을 도왔다.


이 소통의 공간은 동네에서 인기가 뜨겁다.
세탁을 하면서 친목까지 쌓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어서다.
이 대표는 “단골손님 중에 ‘우리 동네에 이런 가게가 있어 자부심이 든다’, ‘삶의 질이 높아졌다’는 말씀을 해주시는 분들이 있다”라며 “그럴 때마다 뿌듯함과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제아무리 삭막한 도시라 해도 살아갈 맛이 나는 커뮤니티가 됐으면 좋겠다”는 그의 바람이 현실화한 셈이다.
이 대표는 “도시에 혼자 살아가며 우울해하거나 힘들어하는 이들이 많다.
나 또한 그랬다”라며 “꼭 세탁소가 아니더라도 생활의 필수 요소를 제공해주면서 사람들끼리 좋은 관계를 맺고 교류할 수 있게 도와주는 공간들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힘겨운 삶의 무게를 혼자 짊어진 이들끼리 건강한 관계를 맺어가면서 잊혀 가는 이웃사촌이라는 단어가 되살아났으면 좋겠다는 그의 꿈은 우리 모두에게 작지 않은 위로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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