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성필 기자] 주요 공직자 등에 대한 부동산 투기 의혹을 수사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21일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정부합동 특별수사본부 출범의 계기가 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투기 의혹이 불거진 지 1년 만이다.
경찰은 수사에 모두 1560명 규모 인력을 투입했지만 구속된 고위공직자는 6명에 불과했다.
남구준 국수본부장은 "공직자는 은밀하고 조직적으로 불법을 저질러 적발이 쉽지 않았다"면서도 "고질적 범죄를 밝혀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국수본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1년 수사 결과를 내놨다.
6081명을 수사해 4251명에 대해 송치하고 이 가운데 64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또 1506억6000만원 상당의 투기수익을 기소 전 몰수·추징보전해 투기범죄를 통해 취득한 재산을 철저하게 환수했다고 부연했다.
남 본부장은 "국수본 운영을 통해 국가적인 현안이 발생했을 때 긴밀한 관계기관 협업을 통해 보다 신속하고 체계적인 대응이 가능하다는 걸 확인했다"고 자평했다.
이번 수사에는 경찰 외 금융위원회, 국세청, 한국부동산원 등이 참여했다.

이 사건의 '몸통'으로 지목된 공직자에 대한 수사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찰은 신분별 단속현황에서 공직자 658명, 공직자 친·인척 215명을 수사했다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지방의원, 자지단체장, 국회의원 등 고위공직자는 103명이다.
경찰은 고위공직자 수사 결과에 대해선 "혐의가 인정되는 42명을 송치하고 6명을 구속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했다.
하지만 수사 대상에 오른 일반인이 5181명으로 압도적으로 많은 데다 송치(3827명), 구속(34명) 인원도 공직자들보다 낮았다.

남 본부장도 "수사 결과가 기대에 못 미쳤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했다.
다만 "공직자라고 해서 어떤 정치적 고려는 없었다"며 "사실관계 토대로 본인은 물론 가족 친·인척까지 철저하게 수사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반인 부분은 들여다보면 상당수 실수요자에게 피해를 주는 기획부동산으로, 이들의 범죄도 결코 가볍지 않기 때문에 충분히 의미있는 성과라고 판단된다"고 했다.

지역별 단속현황을 살펴보면 수도권에 집중됐다.
전체 수사대상 인원 가운데 49.1%에 해당하는 2984명이 서울, 인천, 경기지역에 해당됐다.
구체적으로 경기남부가 1121명, 서울이 748명, 인천이 670명, 경기북부가 445명 순이었다.
경찰은 이들 가운데 2131명에 대해 송치했고, 39명을 구속했다.

한편 경찰은 이날부로 정부합동 특별수사본부 운영체계를 상시단속 체계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투기범죄 유형과 지역적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기획수사'를 병행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대규모 개발지역 관할 경찰관서에서는 부동산 개발 추진 일정에 따라 ▲농지 부정취득 ▲기획부동산 ▲부정청약 ▲불법전매 ▲재건축·재개발 비리 등 투기 범죄를 집중 단속할 예정이다.
경찰 측은 "부동산 투기범죄가 근절되는 그날까지 엄정하게 수사를 이어갈 예정"이라며 "적극적인 신고와 협조를 해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