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어린이 10명 중 9명은 사교육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6명은 오후 6시 이후에 일정을 마치고 집에 들어가는 것으로 조사됐다.

5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어린이날 100주년을 맞아 지난달 15~29일 초등학교 4~6학년 184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사교육을 한다'고 답한 어린이는 88.1%로 조사됐다.

10명 중 6명 이상이 사교육을 2개 이상 한다고 답했다.
학원이나 과외 갯수는 2개(27.4%), 1개(23.1%), 3개(19.4%), 4개 이상(18.3%)순으로 많았고 하지 않는다고 답한 어린이는 11.9%였다.

사교육을 하는 이유는 부모님의 권유(45.6%), 배우고 싶어서(45.1%)가 비슷한 비율로 많았다.
학년이 높아질수록 '부모님의 권유'라는 비율이 더 높다.

사교육을 받는 과목은 영어(71.9%)와 수학(65.5%), 국어·논술(36.9%) 순으로 많았다.
부모님의 권유로 사교육을 하는 경우 과학(53.0%), 수학(51.7%), 영어(51.6%), 국어·논술(49.4%) 순으로 주요 과목에 편중된 경향을 보였다.
'배우고 싶어서'라고 답한 어린이들은 음악·미술(63.8%), 체육(58.5%), 컴퓨터(49.5%) 순으로 많아 배우는 과목에서도 차이를 나타냈다.

어린이 57.3%는 오후 6시 이후에 집에 돌아간다고 답했다.
6학년의 경우 36.4%가 저녁 식사 시간을 넘긴 오후 7시에 모든 일정이 끝났다.
절반 이상(53.0%)는 하루에 한시간 이상 학원 숙제를 하고, 2시간 이상인 경우는 20.6%다.

사교육이나 숙제 등으로 평일 하루 여가시간이 1시간도 채 안되는 어린이가 17.1%였다.
여가시간이 2시간 미만인 경우는 44.6%다.

어린이 절반 이상은 하루 5교시 수업이 '적당하다'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초등학교 수업 시수는 1~2학년은 23시간(주 3회 5교시), 3~4학년은 26시간(주 4회 5교시, 주 1회 6교시), 5~6학년은 29시간(주 4회 6교시)이다.

방과후 수업에 참여하지 않는 어린이는 55.8%에 달했다.
학년이 높아질수록 참여하지 않는 비율이 더 높다.
학년별 미참여 비율은 4학년(46.3%), 5학년(50.6%), 6학년(62.4%)이다.

방과후 수업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는 ‘학원에 가려고(63.9%)’, ‘배우고 싶은 것이 없어서(23.0%)’ 순으로 많았다.

어린이의 68.2%는 여가 시간에 가장 하고 싶은 것으로 ‘컴퓨터나 스마트폰 사용’을 꼽았다.
‘친구와 놀거나 운동’을 원한다고 답한 어린이도 59.9%에 달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기기 접근성이 높아지고 놀이문화가 사이버공간으로 옮아간데다, 거리두기 등으로 신체 활동에 제약이 컸던 상황을 반영한 결과다.
46.9%의 어린이는 '휴식'이 가장 필요하다고 답했다.

여가 활동을 친구와 함께 하고 싶다는 비율이 78.7%, 혼자 놀고 싶다는 답변은 39.8%다.
나의 고민을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으로 어린이의 61.1%는 ‘어머니’라고 답했다.
친구(55.5%)와 아버지(41.0%)가 그 뒤를 이었다.
어린이 10명 중 1명(11.2%)은 고민과 걱정을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답했다.

이민선 전교조 참교육실장은 "초등학교의 제고사 폐지는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다.
줄 세우지 않는 교실에서 교육과정 운영도 자유로워졌으나 중고등학교의 입시경쟁교육이 해소되지 않으면 초등학생들도 자유로울 수 없다"며 "새 정부에서 경쟁교육을 강화하려 하고 있어 우려스럽다.
어린이들의 삶을 위해서는 경쟁에서 협력으로 교육의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