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허경준 기자] 중학교 동창을 성추행한 뒤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70대 남성에게 1심이 중형을 선고한 가운데 검찰이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전주지검 군산지청은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강간 등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73)에 대해 예비적 공소사실인 강제추행치사와 사체유기죄만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13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고 13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4월 4~5일 익산 자택에서 중학교 동창인 B씨(당시 73·여)를 성추행한 뒤 때려 숨지게 하고 시신을 전북 익산 미륵산 7부 능선 자락 헬기착륙장 인근에 유기한 혐의로 기소됐다.

앞서 검찰은 익산 미륵산 사체유기 사건‘을 송치받아 구속기간 중 CCTV 정밀분석, 현장검증, 법의학 자문의뢰 등 보완수사를 통해 A씨가 B씨를 살해하기 전 강제추행한 사실을 밝혀냈다.
재판 과정에서도 범행현장의 혈흔 DNA를 분석해 추가 증거로 제출하는 등 1년3개월 간의 공소유지로 A씨에게 징역 13년의 중형이 선고되도록 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A씨가 사체유기 전 ‘혀절단상’ 치료를 받은 사실을 확인하고 A씨를 진료한 의사와 치과의사, 법의학 교수 등에게 법의학 자문을 의뢰해 A씨의 상처에 대한 자문을 받아 ‘타인에게 혀를 물린 것으로 판단된다’는 의견을 확보했다.

이 같은 사실을 근거로 검찰은 A씨가 B씨에게 강제로 입을 맞추려던 중 혀를 물리자 B씨를 구타해 사망하게 한 것으로 판단하고 성폭력처벌법상 강제추행살인으로 기소했다.
A씨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넘어져 혀를 다쳤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도 다양한 과학수사 기법을 동원해 범행동기와 범행시각, 사망원인을 입증, 유죄를 이끌어냈다.
검찰은 대검찰청 DNA·화학분석과의 재감식을 통해 현장에 남아있는 A씨와 B씨의 혈흔을 구분·특정했다.
B씨가 A씨의 폭행으로 다량의 피를 흘린 사실과 A씨가 혀절단상으로 현장에서 피를 흘린 사실을 증명한 것이다.

결국 검찰은 재판 중이던 지난달 예비적 공소사실로 ‘강제추행치사와 사체유기죄’를 추가한 뒤 A씨에 대해 무기징역을 구형했지만, 법원은 성폭력처벌법위반(강간 등 살인)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보고 징역 13년을 선고했다.

검찰 관계자는 "무죄가 선고된 살인부분과 양형을 다투기 위해 1심 판결에 항소 제기했다"며 "피고인이 죄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항소심 공소유지에도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