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 입니다.

대우조선해양 노조 파업 사태가 극적 타결로 마무리됐지만, 파업 기간에 발생한 수천억원대 손해를 둘러싼 법적 소송은 끝나지 않았다.
배상 문제가 풀리지 않은 것이다.
회사는 불법 파업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않으면 주주들에게 배임으로 고소·고발을 당할 수 있는 상황이다.
법조계는 불법적인 파업인지 단정할 수도 없고, 배임을 단순히 '경영 판단'으로 놓고 따지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25일 대우조선해양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이번 파업으로 총 8165억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매출 손실 6468억원과 고정비 지출 1426억원, 선박 11척 납기 지연에 따른 지체보상금(지체상금) 271억원을 더한 금액이다.
 
통상 파업이 장기화되면 파업기간 발생한 지체상금 문제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게 된다.
지체상금이란 '이유 없이 계약상의 의무를 기한 내에 이행하지 못하고 지체해 손해배상금액 예정 성격으로 징수하는 금액'이다.
그러나 지난 22일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하청지회)는 하청업체와의 교섭에서 '하청업체가 별도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협력업체들과 대우조선해양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지 않으면 '업무상 배임'으로 주주들에게 고소를 당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사측의 손해배상 소송 방치가 배임이 되려면 파업의 불법성이 입증돼야 한다.
 현행법상 쟁의 행위가 목적·방법·절차에 있어서 법령이나 사회적 질서를 위반하면 안 된다.
불법성 여부는 추후 수사를 통해 가려야 할 사안이다.
유최안 금속노조 하청지회 부지회장 등이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1독을 점거한 것이 무단 점거인지에 따라 불법 파업으로 따져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신하나 변호사(법무법인 덕수)는 "기업의 시설을 전면·배타적으로 점거하면 불법이라는 게 대법원 판례"라며 "노조법에도 점거 행위를 할 수 없는 걸 대통령이 정하도록 돼 있는데, (수사결과가 나오지 않은 만큼) 현재 불법성이 있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파업의 불법성이 인정되더라도 파업으로 인한 정확한 손해금액 산출은 손해배상 소송의 또 다른 난제다.
서초동의 A변호사는 "회사의 영업이익이 줄어들고 늘어나는 건 여러 가지 요인이 연관돼 있다"며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대외적인 요인도 있는데,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자재 가격이 굉장히 많이 올라가고 해외에서 발주낸 오더가 갑자기 취소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손해배상 소송 도중 소송을 취하해도 불법파업에 따른 손해를 알면서도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 것과 같이 법리상 배임 적용은 가능하다는 게 법조계의 설명이다.
장기화된 파업으로 수천억원의 손해가 발생했는데, 이를 메꾸려는 노력을 하지 않은 이유에서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는 "손해가 발생한 사실이 분명한데,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않는다는 건 주주들에 대한 배임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기업이 경영상 모든 의견을 주주들에게 물어보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주주들에 대한 배임이 적용되는 것은 쉽지 않다는 반론도 있다.
손익찬 변호사(공동법률사무소 일과사람)는 "배임이 되려면,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도 확실히 인정될 수 있는 경우여야 한다"며 "불법적인 파업이라고 해도 사측 갈등 상황을 해소하는 데 기여를 했다면 배임이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고 전했다.
민사적 불법보다 형사적 불법이 인정되는 것이 상대적으로 엄격하기 때문이다.
 
한진중공업이 '최장기 해고자' 김진숙씨를 37년 만에 복직시킨 이유도 '배임'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금속노조 법률원은 김씨를 복직시키는 게 사측의 업무상 배임이 되려면 경영상 판단이 이르게 된 경위나 동기, 사업 내용, 경제적 상황, 손실발생 개연성 등 제반 사정을 고려했을 때 고의가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