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암 치료 후 발생하는 대표적 합병증인 '림프부종'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손상된 림프의 흐름을 회복시키는 인공 구조물을 국내 연구진이 개발해 낸 것이다.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재활의학과 전재용 교수·의공학연구소 천화영 박사팀은 림프절 절제술로 림프의 흐름이 끊어진 소동물 모델에 인공 구조물 ‘림프채널시트’를 이식한 결과, 끊어진 림프의 흐름이 성공적으로 회복됐으며 부종 감소 효과도 확인했다고 1일 밝혔다.

림프부종은 암 치료 과정에서 암이 전이된 림프절을 절제하고 방사선 치료를 시행함에 따라 림프 조직 손상으로 발생한다.
림프 흐름이 단절돼 팔·다리가 심하게 붓고 만성염증이 생긴다.
이로 인해 암 환자의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지만, 예방법이나 치료법이 마땅치 않았다.

연구팀이 개발한 림프채널시트는 단절된 림프 구간의 흐름을 지속하는 통로 역할과 림프관신생을 위한 지지대(스캐폴드) 역할을 한다.
미세유체 통로를 포함하는 2차원 구조물로 단절된 림프관 사이를 이어주도록 제작됐으며, 기존 기술 대비 비교적 쉽게 시술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연구팀은 림프채널시트를 이식한 소동물에 조영제를 주입해 확인한 결과, 상완림프절을 지나는 림프의 흐름이 이식된 림프채널시트를 통해 성공적으로 지속됨을 해부학적으로 확인했다.
이는 첨단 형광 림프 조영술을 통한 비침습적인 방법을 통해서도 동일하게 관찰됐다.
특히 림프절이 절제된 소동물 모델과 림프절 절제 후 림프채널시트를 이식한 소동물 모델의 부종 변화를 8주간 비교 관찰했더니, 시트 이식 모델에서는 2주 차부터 부종이 유의미하게 감소해 7주 후 정상치로 회복한 것을 확인했다.

이에 더해 이식한 림프채널시트 내부를 조직검사한 결과, 시트 내부의 채널을 따라 미세 혈관 및 미세 림프관이 새롭게 생성됐음을 확인했다.
림프채널시트가 림프의 흐름이 단절된 상황에서 림프 흐름을 지속시키는 역할을 할 뿐 아니라 새로운 림프관 재생을 돕는 환경을 제공한 것이다.

전재용 교수는 “림프순환장애는 특히 유방암을 포함한 여성암 환자들이 많이 호소하는 수술 후 후유증이지만, 아직 적절한 예방 및 치료 기술이 부족한 상황이었다”며 “이번 연구가 재생의학 측면에서 림프순환장애의 획기적인 새로운 예방 및 치료 전략 확립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새롭게 개발한 림프채널시트에 대한 특허를 취득했으며, 현재 새로운 치료 기술을 완성하기 위해 임상 연구를 준비 중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의공학 분야의 저명한 국제 학술지 ‘생명공학 및 중개의학(Bioengineering&Translational Medicine’ 최근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