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학부모간담회 발언 수습
“열린 생각으로 논의하겠단 뜻”
조희연 “교육청 패싱… 혼란 초래”
반도체 인력양성안 제시 때도
‘수도권大 정원 확대’ 덜컥 발표
“새정부 교육철학 부재” 비판론
교육부가 취학연령을 만 5세로 내리는 학제개편 방안을 발표한 뒤 여론의 거센 반발로 후폭풍을 맞고 있다.
교육부 장관과 차관이 나서 여론 수습에 ‘올인’하고 있지만 ‘장관 사퇴 요구’가 불거지는 등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교육부는 앞서 반도체 인재 양성 방안으로 ‘수도권 대학 정원 확대’를 들고나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오랜 기간 지켜온 교육적 가치를 한번에 뒤집는 정책을 숙의 없이 연이어 발표하면서 새 정부의 교육철학이 부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3일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전국 시·도교육감과 영상 회의를 갖고 학제개편 방안 발표 취지를 설명했다.
회의는 당초 2학기 학교방역 등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지만, 지난달 29일 박 부총리가 학제개편 방안을 발표한 뒤 교육감들 사이에서 “교육청을 ‘패싱’했다”는 불만이 커지자 전날 저녁 학제개편 안건이 급히 추가됐다.
 |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3일 광주 서구 서석고에서 학생 안전 관련 회의를 마치고 회의장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
박 부총리는 “교육감님들과 긴밀히 협의하고 사회적 논의를 거치겠다“고 수습했으나 교육감들 사이에서는 “왜 상의 없이 정책을 발표했느냐”는 질책이 쏟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시도교육청과 교육부가 논의하지 않고 무심코 발표하는 정책은 교육 현장에 혼란만 가져다준다”고 비판했다.
이밖에 장상윤 교육부 차관도 이날 유치원 학부모들과 간담회를 가지는 등 교육부 장·차관이 나서서 여론을 달래는 데 총력을 다하고 있다.
박 부총리는 4·5일 예정됐던 토론회 참석 등 외부 일정도 모두 취소했다.
하지만 반발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진영이나 이해관계에 따라 찬반이 갈리는 정책과 달리 학제개편안은 딱히 찬성하는 쪽이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박 부총리는 가는 곳마다 “확정된 것이 아니다”라며 ‘달래는’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전날 학부모단체들을 만난 자리에서는 정책 폐기 가능성까지 언급했으나, 이날 장 차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폐기라고 보면 너무 앞서 나가는 것이다.
결과에 대해 오픈된(열린) 생각으로 가겠다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교육부 수뇌부가 중요 정책과 관련한 발언 후 반발이 나오면 이를 수습하고, 수습 과정에서 나온 말을 또다시 수습하는 것이 반복되는 모양새다.
서울의 유치원 원장은 “부총리 발언도 계속 바뀌어서 교육부의 생각이 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이번 학제개편은 특히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정책이라는 데서 큰 비판을 받고 있다.
교육계 관계자는 “교육부의 유아교육과 보건복지부의 유아보육을 통합하는 ‘유보통합’의 경우 박근혜정부에서부터 추진단을 만들었지만 아직도 실현이 안 됐다“며 “취학연령 하향은 유보통합 이상으로 영향력이 큰데 당장 3년 뒤 도입한다고 하니 혼란이 클 수밖에 없다.
박 부총리의 해명처럼 공론화를 하려는 의도였으면 장기 과제로 ‘운’ 정도만 띄었어야 했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왜’ 학제개편을 추진해야 하는지 당위성을 설명하는 데 실패했다는 의견도 많다.
박 부총리는 “가정 여건에 따라 교육 격차가 생기기 때문에 공교육에 빨리 편입시키려는 것”이라고 했지만, 단순히 ‘빠른 공교육 편입’이 목적이었다면 유치원 과정을 의무교육으로 만드는 방법도 있다.
이는 유보통합과 맞물려 교육계에서 꽤 오랫동안 논의된 방안이다.
전날 학부모단체 간담회에서도 이런 지적이 나왔지만, 박 부총리는 별다른 답을 하지 않았다.
정부의 교육 정책에 중심이 없다는 지적은 앞서 반도체 인재 양성 방안 추진 과정에서도 나왔다.
정부는 오랜기간 대학 줄세우기 타파, 비수도권 대학 살리기에 대한 공감대 아래 수도권 대학 정원 규제 정책을 펼쳐왔지만, “나라를 살리는 데 웬 규제타령이냐”는 윤석열 대통령의 한마디에 수도권 대학 정원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전교조 관계자는 “교육정책은 신중히 추진돼야 하는데 현재 교육부는 손바닥 뒤집듯 교육정책을 바꿔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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