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일대, 서초·역삼 등서 유입된 물로 상습 침체
市, 2011년 하수관로 개선…여전히 경계조정 공사 중
“고지대서 빗물 유입 최소화하는 방법 찾는 수 밖에"
市 미흡한 대처에…수방예산 축소·컨트롤타워 지적도
지난 8일 기록적인 폭우는 서울 강남구, 서초구, 동작구, 관악구 등 한강 이남지역을 집중 강타했다.
강남역 일대는 2010년 9월, 2011년 7월에 이어 약 12년 만에 다시 물에 잠겨 차량과 상점 등 피해가 잇따랐다.
서울시는 2015년 ‘강남역 일대 및 침수취약지역 종합배수 개선대책’을 발표하며 강남일대 배수시설을 개선했으나 시간당 110㎜가 넘는 폭우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9일 서울시에 따르면 상대적으로 저지대인 강남역 일대는 서초와 역삼 등 고지대에서 흘러온 물로 상습적인 침체가 발생하는 지역이다.
2011년 강남역 일대 침수가 심각한 문제로 떠오른 이후 시는 10년간 총 3조6792억원을 투입해 하수관로 개선에 나섰다.
하지만 설계 문제 등으로 인해 잘못 설치된 하수관로를 바로잡는 배수구역 경계조정 공사는 현재까지 완료하지 못하고 있다.
배수구역 경계조정은 하천수위보다 높은 고지대와 하천수위보다 낮은 저지대의 경계를 조정해 빗물의 배출방식을 개선하는 사업이다.
 | 서울과 경기북부 등 수도권에 폭우가 내린 지난 8일 서울 강남역 일대 도로가 침수돼 있다.
뉴시스 |
시 관계자는 “강남역 일대 수도관이나 전화선 등 지장물이 많아 이선작업으로 배수구역 경계조정 공사가 오래 걸리고 있다”며 “2024년 완료 예정이고 현재 3분의 2정도가 이뤄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남부터미널 일대 빗물을 반포천 중류로 분산하는 지하 배수시설을 만드는 유역분리터널 공사는 600억원을 들여 올해 6월 완료됐다.
이번 공사로 시간당 약 85㎜에 가까운 수준까지 대응이 가능해졌지만 전날 강남 일대 내린 비는 시간당 116㎜로 이를 뛰어넘었고 사실상 침수예방 기능을 하지 못했다.
배수구역 경계조정 공사가 이뤄지면 95㎜까지 대응이 가능하지만 이 역시 이번 강우량을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교수(소방방재학)는 “이번처럼 단기간 폭우는 서울시의 강남역 배수시설 개선으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라며 “강남역 일대는 지하철 때문에 저류시설 설치가 어려운 부분이 많아 고지대인 역삼, 신사 등 주변에서 빗물 유입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다시 찾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의 올해 수방 및 치수예산이 지난해보다 900억원 가량 줄어든 것도 미흡한 대응의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 올해 수방 및 치수분야 예산은 4202억원으로 지난해 5099억원보다 약 896억원(17.6%)이 줄었다.
시는 지난해 수방예산 4450억원을 제출했으나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한 시의회에서 248억원이 삭감됐다.
시는 국민의힘이 시의회의 다수당으로 바뀌자 이달 2차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지난해 삭감된 수방예산 292억원을 복원했다.
그렇다해도 2019년(6168억원)과 비교하면 2000억원 가까이 줄어든 규모다.
최근 몇 년간 집중호우가 없어 미흡한 대응이 이뤄졌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시 관계자는 “올해는 편의시설, 산책로, 자전거도로, 체육시설 등을 유지 관리하는 치수비용이 줄었고 수방비용은 예년 수준이다.
줄어들지 않았다”며 “노후 하수관 정비 등 시급한 사안에 대해서는 재난관리기금(재난계정)을 활용해 재원투자가 가능한 만큼 적극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설명했다.
 |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폭우가 쏟아진 지난 8일 밤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시청 풍수해대책상황실을 찾아 집중호우로 인한 침수 피해 상황을 보고받은 뒤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뉴스1 |
서울시의 최근 인사로 안전관리를 책임지는 자리가 공석이 돼 이번 폭우에 있어 제대로 된 컨트롤타워가 작동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제현 전 안전총괄실장은 지난 1일 행정2부시장으로 임명됐고, 백일헌 전 안전총괄관은 지난 5일 광진구 부구청장으로 전출돼 현재 안전총괄실 실·국장 자리가 비어있다.
유재명 안전총괄과장이 실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8일 퇴근 후 3시간만인 오후 10시쯤 시청으로 다시 돌아와 피해상황을 점검했다.
시는 “풍수해 예방 및 대응은 행정2부시장 산하 물순환안전국장 중심으로 서울시 및 자치구 직원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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