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사망자 1만2000명 넘어
최근 러 공세 약화 국지전 양상
일부 유럽국가 휴전 목소리 커져
고국 등진 피란민만 1000만명
“경제 복구 980조원 필요할 듯”
헤르손 등 남부지역 탈환 준비
美, 1조원 규모 추가 지원 발표
러, 가스 압박에 인플레 상승
나토 회원국으로 확전 가능성
지난 2월24일 새벽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특별군사작전을 선언하고 20만명에 가까운 병력으로 침공해 세계 안보와 경제를 흔든 우크라이나 전쟁이 6개월에 접어들고 있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실행하는 동시에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를 중심으로 한 군사동맹을 강화하고 있다.
 | 전쟁없이 평화로운 일상은 언제쯤… 검은 구름이 몰려오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중심가에서 20일(현지시간) 어린이들이 노획 러시아 전차 위에서 천진난만하게 놀고 있는 사이 어른들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지난 2월24일 발발해 6개월 동안 민간인 1만2000명을 삼키고 국토 전역을 초토화한 전쟁이 언제 끝나고 평화로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현재로선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키이우=AP연합뉴스 |
서방의 이런 노력은 에너지·식량을 무기화한 러시아의 반격에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한 모양새여서 전쟁의 장기화를 배제할 수 없는 분위기다.
최근에는 러시아 점령지 수복 의지를 높인 우크라이나의 공세가 강화되면서 재확전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전쟁 장기화와 경기침체에 피로감을 느낀 일부 유럽 국가에선 휴전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의 자폭 드론이 2104년 러시아가 병합한 크름반도 세바스토폴의 흑해함대 사령부를 공격했고, 같은 날 러시아군이 쏜 로켓이 우크라이나 남부 흑해 연안의 미콜라이우를 타격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이후 러시아의 공세가 약화하면서 우크라이나 전황은 전면전이 아닌 국지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
동부 돈바스나 남부 전선에선 전투가 소강상태다.
크름반도의 러시아 군사시설에서 우크라이나가 배후로 추정되는 폭발이 연거푸 일어나 탄약고와 비행장 등이 피해를 봤다.
유럽 최대 규모의 자포리자 원전에서도 지난 5∼6일과 11일에 이어 이날 의문의 포격이 이어졌다.
6개월의 전쟁이 남긴 피해는 막대하다.
국제아동권리 비정부기구 세이브더칠드런은 이번 전쟁으로 인한 민간인 사망자가 1만2000명을 넘겼다고 밝혔다.
고국을 등진 우크라이나 피란민이 1000만명에 달하는 등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의 난민 사태가 발생했다.
 | 크름반도 사령부, 우크라 자폭 드론 공격 받아 2104년 러시아가 병합한 크름반도 세바스토폴의 흑해함대 사령부 건물이 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에서 날아온 것으로 알려진 자폭 드론(작은 사진) 공격을 받아 검은 연기를 내뿜고 있다.
타스통신 등 러시아 매체는 이 드론의 공격 사실을 전했을 뿐 정확한 부상자 등의 숫자는 알리지 않았다.
트위터 캡처 |
미국 국방부는 최근 러시아군 사상자가 8만명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군도 러시아에 버금가는 피해를 봤을 것으로 추정된다.
데니스 슈미갈 우크라이나 총리는 초토화된 경제 복구를 위해 7500억달러(약 980조원)의 재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군은 전열을 가다듬고 헤르손 등 남부 지역 탈환 작전을 비롯한 역공 채비를 서두르는 모습이다.
헤르손은 크름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연결하는 전략 요충지다.
미국 정부는 개전 6개월을 앞두고 19일 7억7500만달러(약 1조350억원) 규모의 추가 무기 지원을 발표했다.
미국은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총 106억달러(약 14조1600억원)에 달하는 지원을 우크라이나에 쏟아부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추가 지원에 대해 “우크라이나의 즉각적인 포격전을 독려하고 헤르손에 대한 반격을 지원하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도 결전을 준비 중이다.
러시아는 남부 전선으로 병력을 재배치하고, 영토 완전 편입을 위한 주민투표를 서두르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보 단체인 전략통신센터(StratCom)는 “러시아가 (개전일인) 24일에 맞춰 대규모 폭격을 감행할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전쟁 장기화에 따른 에너지난과 경기침체에 빠진 일부 유럽 국가의 출구전략 모색은 전쟁 변수로 꼽힌다.
전쟁이 발발하면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공급하던 곡물과 에너지, 원자재 수급이 불안정해져 원유, 천연가스 등 에너지, 니켈 등의 원자재, 밀 등 곡물 가격이 급등했다.
우크라이나는 전쟁 이전에 세계 밀·옥수수·철광석 생산량의 3%씩을 담당했다.
러시아는 세계 팔라듐의 43%, 천연가스의 18%, 백금의 12%, 원유의 12%, 밀의 11%, 니켈의 9%, 금의 9%, 알루미늄의 6%, 석탄의 5% 등 주요 원자재를 생산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는 자국을 제재해온 유럽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가스 공급을 줄이며 유럽 내 에너지 위기를 증폭시켰다.
19일에도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이 발트해 해저를 통해 독일로 연결되는 가스관 노르트 스트림-1의 가스 공급을 오는 31일부터 내달 2일까지 사흘간 중단한다고 밝혔다.
소식이 전해지자 유럽 천연가스 가격의 벤치마크인 네덜란드 TTF 선물 가격은 1메가와트시(㎿h)당 257.4유로로 급등해 금요일 장 마감 기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1년을 기준으로 유럽연합(EU) 회원국은 약 1550억㎥ 천연가스를 러시아로부터 수입했는데, 이는 유럽의 총 천연가스 수입량 중 약 45%, 가스 소비량 중 약 40%에 해당한다.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의 요하임 나겔 총재는 러시아의 가스 압박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급등이 자국 인플레이션을 올해 10% 이상으로 이끌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는 1951년 4분기(11%) 이후 70년 만의 최고 기록이다.
현재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가 즉각적인 휴전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우크라이나와 미국, 영국 등은 러시아를 완패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트3국(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나토 회원국으로 확전될 가능성도 언급된다.
지난 6월 리투아니아가 자국 영토를 지나 러시아 역외 영토인 칼리닌그라드로 가는 화물 수송을 제한하면서 러시아 위협이 고조됐기 때문이다.
이 경우 나토의 집단방위체제가 작동되고 우크라이나 때와 달리 미국, 서유럽 국가 등도 전쟁에 직접 참여하게 된다.
재정 여력 등 러시아 상황이 우크라이나를 넘어 다른 국가로 확전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게 국제사회의 관측이다.
나기천 기자 n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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