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체 운영하던 A씨 막내딸, 재산 분배 과정서 ‘내 재산 적다’며 가족들과 불화
A씨와 같이 살던 막내딸 “이사갈때 따로 살아라”고 통보 후 모친 나간 사이 현관문 비밀번호 바꾸고 외면
 | | 막내딸이 비밀번호를 임의로 변경해 자택에 들어가지 못하고 아파트 복도에서 2주 가까이 기거하는 80대 A씨. 궁금한 Y 유튜브 캡처 |
딸이 현관문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아 아파트 문 앞 복도에서 2주 가까이 숙식을 해온 노인의 소식이 최근 알려졌다.
지난 19일 SBS가 방영한 ‘궁금한 이야기 Y’ 602회에 따르면 80대 A씨(여)는 서울 중구의 한 아파트에서 거주하던 중 잠시 외출한 사이 딸이 비밀번호를 변경하고 문을 열어주지 않아 복도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그녀는 SBS의 취재 당시에도 복도 바닥에 앉아있었으며, 복도 거주 13일째에 접어들고 있었다.
SBS에 따르면 A씨가 복도 생활을 시작한 것은 지난 7월부터였다.
인근 주민에 의하면 A씨는 처음에는 갈 곳이 없다며 아파트 단지 내의 경로당에서 생활했다.
당시 A씨의 사정을 전해들은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A씨가 소지품 없이 쓰레기를 버리러 나왔다가 현관문 비밀번호를 몰라 자택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A씨가 자택 앞 복도로 자리를 옮기자 관리사무소 측은 매트와 부채 등의 물품을 제공했다.
SBS 취재 결과 A씨가 자택에 들어가지 못한 이유는 비밀번호를 몰라서가 아니었다.
A씨의 집은 그녀가 막내딸에게 사준 집이었고, 이들 모녀는 약 2년 동안 함께 살았다.
하지만 딸은 어느날부터 A씨에게 자신의 이사 날짜에 맞춰 나가라고 통보했다.
A씨는 “딸이 같이 살자고 해놓고 나를 이렇게 내쫓았다”며 “(외출한 사이) 비밀번호도 바꾸었다.
그 후 딸은 이사를 갔고 이 집에는 내 짐만 남겨져있다”고 억울해했다.
현재 이 집은 A씨의 딸이 이사간 후 그녀의 짐만 남은 채 빈 집인 상태이다.
 | | 막내딸이 A씨에게 통보한 문자. 궁금한 Y 유튜브 캡처 |
이 소식을 듣고 A씨를 방문한 집주인은 “옛날처럼 노인을 버리고 간 것”이라며 “현대판 고려장이다”라고 개탄했다.
A씨는 이날 방문한 집주인의 도움으로 딸과 통화했다.
통화에서 딸은 “이게 다 할머니(A씨) 때문에 벌어진 일이고 그래서 인연을 끊었다”며 “보통 분이 아니다.
(모친을 부양하지 않는 것에 대해) 법대로 하라. 2년 동안 그만큼 했으면 할 만큼 다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SBS의 취재에 따르면, A씨는 과거 남편과 함께 동대문에서 큰 제화업체를 운영했다.
사업은 러시아에 물품을 수출할 정도로 성공적이었다.
A씨는 큰딸과 아들에게 수십억 상당의 건물 한 채, 막내딸에게는 월세 600만원을 받을 수 있는 고시텔을 물려줬다.
이 과정에서 아들과 막내딸이 재산 문제로 다투었고 A씨는고시텔의 소유권을 아들에게 넘겼다.
A씨는 막내딸과의 불화에 대해 “(고시텔 소유권 등) 재산을 다 주니 나몰라라 했다”며 “(막내딸이) ‘오빠는 부자인데 왜 그에게만 재산을 자꾸 주냐. 그런 것 없어도 오빠는 충분히 생활할 수 있다’고 항변하며 불화가 시작됐다”고 하소연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A씨의 한 지인은 “A씨의 남편이 다른 자식들에게 집 한채씩 등 재산을 골고루 분배하면서 막내딸에게는 적게 준 듯 하다”고 견해를 밝히며 “아들은 (부모가) 막내딸만 감싸고 다 해줬다고 불만이고, 막내딸은 그녀대로 적다고 불만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2년간 했던 막내딸과의 생활에 A씨는 “2년 동안 잘 살지도 못했다.
지옥이었다”고 전하며 “밥 같이 먹기 싫다고 해서 따로 먹고 화장실도 마음대로 못 가고 목욕도 목욕탕 가서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서 그녀는 “2년 동안 딸과 아들 모두 내게 돈 한 푼도 안 줬다”며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 아무것도 안 줬어도 부모한테 그러면 안 된다”라고 심경을 전했다.
A씨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은 이인철 변호사는 “불효 소송이 늘어나고 있지만 이렇게까지 충격적이고 심한 경우는 처음이다”라며 “최소한의 의식주를 마련해야 한다.
도의적인 의무뿐만 아니라 법적인 의무”라고 견해를 밝혔다.
아울러 그는 “(A씨의 막내딸은) 민법에 규정된 자녀의 법적 의무를 위반하고 있는 것”이라며 “부모님이지 않은가. 부모님 같은 경우에는 존속유기죄가 돼 가중처벌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이후 막내딸은 “2000만원 보내면 짐 빼기로 약속하지 않았냐”며 “이삿짐 사람 불러두고 연락하면 바로 돈 보내겠다”고 A씨에게 연락했다.
이사가 시작되자 A씨의 막내딸은 모친에게 2000만원을 송금했다.
그제서야 집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된 A씨는 ‘이제 떠나는 거냐’는 SBS 취재진의 물음에 “발 닿는 대로 어디든 가겠다”고 담담히 답했다.
정재우 온라인 뉴스 기자 wamp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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