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경 출신 승진 비율도 확대키로
“기본급 인상, 가능성 있나 싶다”
“인상 기대 크게 안 하는 분위기”
경찰 내부서 與 발표 불신 드러내
경찰국 신설 문제로 경찰과 갈등을 빚어온 정부와 여당이 ‘기본급 인상’과 ‘순경 승진비율 확대’ 카드를 꺼내들며 경찰 달래기에 나섰다.
그러나 일선 경찰의 반응은 싸늘하다.
현장에선 “현 정부를 믿지 않는다”는 날선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국정 동력과 지지율 회복을 노리는 정부·여당이 이번 발표로 14만 경찰 조직을 끌어안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전날 경찰 기본급 인상과 순경 출신 승진비율 확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경찰공무원의 기본급을 직무의 위험성·긴급성 등을 고려해 상향할 수 있도록 적극 검토하겠다”며 “경찰공무원의 경감·순경 외 모든 직급의 기본급이 공안직보다 평균 3.87% 낮은 실정임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 사진=연합뉴스 |
순경 출신의 승진 비율도 확대하기로 했다.
성 의장은 “경찰 중 4급 이상(총경급)이 0.5%에 불과한 열악한 내부 인력구조를 개선할 수 있도록 역량과 자질을 갖춘 일반 출신(순경 출신)의 승진 비율을 확대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경찰 조직은 일선 경찰서장 직책을 맡는 총경급이 전체의 0.5%에 불과할 정도로 상위직은 극소수다.
이마저도 대부분 경찰대 출신이다보니 순경으로 입직한 경찰들 사이에선 “어떻게 해도 총경을 달 수 없다”는 자조적 인식이 퍼져있는 상태다.
경찰 내부에선 여당의 발표가 ‘공(空)약’이 될 것이라며 큰 기대를 하지 않는 분위기다.
기본급 인상은 예전부터 나온 이야기지만 실현된 적이 없고, 순경 출신 승진비율 확대 역시 ‘줄 잘 탄 일부 순경 출신에게만 좋은 것 아니냐’는 이유에서다.
지구대에서 근무하는 한 경찰관(경위)은 “기본급 인상 이야기가 나온 지 10년도 넘었다.
예전부터 얘기만 나오고, 실현되지 않아 현실 가능성이 있나 싶다“고 했다.
그는 순경 공채 승진비율 확대에 대해서도 “어차피 고위직으로 가는 사람들은 경찰대 출신이나 간부후보생 등 줄 있는 사람들이다.
아무리 순경 공채의 승진 비율을 확대한다고 해도 줄 있고, 빽 있는 사람들부터 먼저 승진할 것 아닌가”라며 “순경 출신이면 경감이나 경정까지 가기도 힘들다.
경위 등을 단계적으로 늘리는 게 먼저”라고 주장했다.
서울의 한 파출소에서 일하는 순경 공채 출신 경찰관(경장)도 “기본급이 인상되면 좋긴 하다”면서도 “내부에선 경찰 달래기용 정책으로 보고 있고, 실제 인상될 거라는 기대를 크게 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서울의 일선서 수사 부서에서 일하는 경찰관(경감) 역시 “순경 공채 승진 비율을 확대하는 것은 좋다.
다만 이게 특정 입직 경로를 견제하기 위해 이뤄져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입직 경로를 따지지 않고 골고루 승진할 수 있도록 인사 평가 시스템을 다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 |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모습. 연합뉴스 |
경찰 내부망에도 여당 발표에 불신과 불만을 드러낸 글이 줄을 이었다.
한 경찰관은 “정부는 내년도 공무원 기본급 1%대 인상안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며 “그래서 여당의 기본급 인상안에 대해 많은 기대를 하지 않는 게 정신건강에 좋다고 말씀드린다”고 했다.
또 다른 경찰관 역시 다른 글에서 “기본급을 인상해주겠다고 방송에 나온다.
항상 마지막에 기획재정부에서 ‘돈이 없다’, ‘안 된다’고 해 백지화 됐는데 (이번엔) 해줄지 안 해줄지 모르겠다”며 “이번에는 절대 뒤통수를 안 맞게끔 모두 (기본급 인상을) 외쳐야 한다.
가만히 있으면 절대 안 해준다”고 말했다.
이 글엔 “(경찰청장) 장관직에서 한 번 속고, 경찰국에서 두 번 속고, 공안직에서 세 번 속아야 하냐. 세 번 이상 속으면 속는 자가 잘못이라고 한다”, “재임기간에 노력한다는 소리로 들리는데 어느 세월에. 안 되면 노력했는데 안 돼서 유감이다 이럴 것이다”, “믿을 걸 믿읍시다.
경찰청장을 장관급으로 격상해준다고 해놓고 당선 후 공약을 파기했다.
감언이설에 속으면 안 된다.
상처만 남는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이희진·조희연·장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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