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전체 건수는 작년 대비 감소했지만 기관 사칭하며 고액 요구하자 피해 속출
경찰 “범행 방식 크게 진화…방법 알아야 당하지 않는다”며 주의 당부
 | | 경찰정 전경. 연합뉴스 |
검사나 금융 당국 수사관 등을 사칭해 금품을 갈취하는 이른바 ‘기관사칭형’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피해 사례가 작년 대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올해 1∼7월 발생한 전체 보이스피싱 피해 건수 중 기관사칭형의 비중이 37%를 기록하며 작년 같은 기간(21%) 대비 대폭 증가했다.
작년까지의 보이스피싱은 형편이 어려운 서민들에게 ‘대출을 해주겠다’며 접근하는 대출사기형이 대부분(79%)을 차지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고액 자산가를 노리는 기관사칭형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경찰청은 전체 보이스피싱 피해 발생 건수는 1만4197건으로 작년(2만402건)보다 30% 줄어들었지만 고액 피해자가 발생하는 기관사칭형 범죄 비중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실제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기록된 기관사칭형 범죄 피해액은 270억원으로, 발생건수가 더 많은 대출사기형(275억원)과 비슷한 수준으로 집계됐다.
지난 7월의 경우 각각 40억원, 10억원, 9억원 상당의 고액 피해 사건이 수차례 발생하기도 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특히 기관 사칭형 보이스피싱은 수사기관 경험이 전무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고 수법 역시 정교해 의사·연구원·보험회사 직원 등 고학력자나 직업 관련성이 있는 피해자들도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피해자 연령대로는 사회 경험이 적은 20대 이하(67%)가 다수지만, 고액 피해는 주로 자산이 축적된 40대 이상에서 발생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꼽히는 수법은 교묘하게 위조한 신분증을 제시해 피해자를 속인 뒤, 걸고 받는 모든 전화·문자가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 연결되도록 하는 일명 ‘강수강발’(강제수신·강제발신) 기능의 악성 앱을 깔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휴대폰이 악성 앱에 감염됐다면 피해자가 사기를 의심해 여러 기관에 확인 전화를 하더라도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이 받게 된다.
수사기관이 영장도 없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접근해 돈을 요구하는 일은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막상 그러한 상황에 처하게 되면 심리적 불안감 때문에 속게 되는 것이라고 경찰청은 전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국민 대부분이 보이스피싱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지금은 10년 전과 완전히 다르다”며 “특정 지역의 사투리를 쓰는 경우는 아예 없고 전화번호 변작, 악성 앱 설치 등 최첨단 통신기술까지 사용하기 때문에 피의자들의 방법을 모르면 당할 수밖에 없다”고 당부했다.
정재우 온라인 뉴스 기자 wamp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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