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나토 가입… 러 제재 구멍 우려
에너지장관 “가스공급 위해 협상할 것”
러시아와 관계악화 전 정권 책임 거론
10월 조기총선 앞두고 관계개선 노려
정국 혼란에 과도 정부가 들어선 불가리아가 반(反)러시아 노선에서 친러시아로 유턴해 대(對)러시아 제재의 구멍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로젠 흐리스토브 불가리아 에너지 장관은 22일(현지시간) 불가리아의 천연가스 수급에 9월 이후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러시아 국영 에너지회사인 가스프롬과 협상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 2019년 10월17일 러시아 가스 독점 회사인 가스프롬 본사 건물을 유모차를 끌고 있는 한 여성이 지나가고 있다.
AP뉴시스 |
그는 “천연가스 공급 재개를 위해 가스프롬과 협상은 불가피하다”며 “키릴 페트코프 전 총리가 러시아와의 관계를 악화시켜 향후 협상을 매우 어렵게 만들었다”고 전 정권 책임을 거론했다.
지난 6월 붕괴한 페트코프 내각은 우크라이나 사태 발발 이후 러시아와의 우호 노선에서 이탈해 친서방 행보를 취했다.
당시 불가리아는 러시아 외교관 70명을 추방하는 단호한 조처를 내리기도 했다.
불가리아가 2004년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했으나 러시아와의 관계를 중시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례적 조치였다.
현 과도 정부는 갈랍 도네프 전 노동부 장관이 임시총리로 이끌고 있다.
도네프를 임시총리로 지명한 루멘 라데프 대통령은 공군 사령관 출신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에 반대하는 친러 성향이다.
라데프 대통령은 러시아 외교관 70명 추방에 대해 “전례 없는 외교관 추방이 에너지, 경제, 그리고 우리 국민을 위험에 빠트렸다”고 지적한 바 있다.
라데프 대통령의 친러 성향 탓에 불가리아가 전통적인 러시아 우방국으로 회귀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던 상황에서 흐리스토브 장관이 러시아 가스프롬과 협상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우려가 더욱 증폭하고 있다.
폴리티코 유럽판은 23일 이와 관련해 10월2일 조기 총선을 앞두고 과도 정부가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노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불가리아는 지난해만 3번의 총선을 치렀고 내각 붕괴에 따라 10월에 또 조기 총선이 실시된다.
과도정부와 가스프롬의 협상이 긍정적인 결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불가리아 싱크탱크인 자유주의전략센터의 다니엘 스밀로프 정치분석가는 “가스프롬이 뚜렷한 명분 없이 여러 나라에 가스 공급을 중단한 상황에서 가스프롬을 신뢰할 만한 사업 파트너로 여기는 것 자체가 상당히 우스꽝스러운 일”이라며 “정부는 선거 전에 (러시아를 둘러싼) 여론을 반전시키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 | 러시아 가스프롬 사옥 로고. EPA 연합뉴스 |
한편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임에 따라 러시아 진출 일본 기업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고 NHK방송이 24일 보도했다.
방송에 따르면 21일 기준(제국데이터뱅크 조사) 러시아에 진출한 일본 주요 기업 168개사 중 74개사(44%)가 현지 사업을 중지하거나 철수했다.
방송은 “전쟁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가운데 기업들은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어려운 판단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토요타자동차와 닛산자동차가 러시아에서의 생산과 완성차의 러시아 수출을 중지했다.
히타치제작소 역시 전력 설비를 제외한 공장 가동을 순차적으로 중지시키고 있다.
다만 방송은 “지난달 이후 사업 중지, 혹은 철수를 새롭게 결정한 기업은 없어 탈러시아 움직임은 속도가 줄어드는 경향”이라며 “러시아에서 사업을 계속 해도 신용이나 이미지 훼손이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확산된 것이 배경”이라고 전했다.
이지민 기자, 도쿄=강구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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