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너 돌던 버스서 일어난 승객, 다른 승객 팔 때려”
“맞은 승객, 팔 다쳤다며 버스기사를 가해자로 신고”
회사·경찰, ‘블랙박스’ 요구에 “신고자 동의 있어야”
누리꾼들 “보험사기냐”·“블랙박스 왜 안줘” 등 성토
 | |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
한 버스기사가 코너 길을 도는 버스에서 일어난 승객에게 팔을 맞은 다른 승객이 자신을 가해자로 신고해서 억울하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26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안녕하세요. 사람 한명 살려주십시오 여러분들’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서울의 마을버스 기사라고 자신을 소개한 글쓴이 A씨(35)는 “법 쪽 지식이 부족해 자문, 도움을 얻고자 글을 올린다”면서 자신이 겪은 일을 공유했다.
A씨는 최근 버스를 운행하면서 시속 약 20㎞ 정도로 코너 길을 돌고 있었는데, 한 승객이 하차를 위해 일어나 문으로 걸어가는 도중 휘청이면서 앉아있는 다른 승객 B씨의 팔을 쳤다.
이에 B씨는 다쳤다며 경찰에 신고했는데, 가해자는 팔을 친 승객이 아닌 A씨였다.
이 때문에 A씨는 현재 경찰 조사를 받고 재판이 진행 중이다.
A씨는 “코너를 돌 때 차가 크기 때문에 신경써야할 부분이 많다.
그 짧은 찰나에 갑자기 일어난 승객까지 볼 수 없는데, 제가 가해자가 됐다”며 “저는 갑자기 일어난 승객이 앉아있는 승객을 친지도 몰랐다.
며칠이 지난 뒤 회사와 경찰의 연락을 받고 블랙박스를 확인하고 나서야 알게 됐다”고 억울해했다.
경찰서에서 안전운전의무 불이행으로 조사받은 A씨는 즉결심판을 요청했고, 법원에서 상황 설명과 함께 억울함을 호소했다.
즉결심판이 기각돼 A씨는 정식재판을 받게 됐다.
이에 A씨는 교통사고 전문가인 한문철 변호사의 유튜브 채널에 사고를 제보하기 위해 회사 측과 경찰서에 블랙박스 영상을 달라고 요청했지만, 회사측과 경찰은 “신고자의 동의가 있어야 블랙박스를 줄 수 있다”면서 이를 거절했다.
A씨는 “지금 상황에서 제가 블랙박스 영상을 받을 방법은 없는 거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마을버스 기사들은 시내버스로 가기 위해 경력을 쌓아야 한다는 명목으로 최저 시급과 여러 안 좋은 관행들로 힘겹게 근무하고 있다”며 “조사 당시 담당조사관님은 대수롭지 않은 식으로 스티커(벌점)를 받으면 된다고 하셨지만, 저희는 벌점 5점이 생기면 약 1년이라는 시간을 더 허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제가 사고 당시 운전을 난폭하게 했거나 잘못했다면 처벌받겠지만 상당히 억울하다.
외벌이로 가족을 부양하며 정말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일이 생기니 참 답답하다”라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해 A씨는 “일어난 승객은 빠져버렸는데, 그 자리에서 둘이 얘기했으면 좋았을 거다.
B씨도 피해자는 맞지만 저도 억울하다”고 덧붙였다.
해당 게시글을 본 누리꾼들은 ‘일어난 승객과 B씨가 짜고 보험사기를 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부터 ‘회사와 경찰 측에서 블랙박스를 왜 보여주지 않느냐’는 댓글 등을 남기며 여러모로 황당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승구 온라인 뉴스 기자 lee_ow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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