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男 홀로 숨진 채 발견
“침입 흔적 없어 자연사 가능성”
영토 개발 목장주 부족원 살해
26년간 문명 거부 ‘고립된 삶’
브라질 아마존 정글에서 외부 세계와 단절된 채 고립된 삶을 살던 부족의 마지막 원주민이 숨진 채 발견됐다고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브라질 국립원주민재단(FUNAI)은 23일 볼리비아와 접경지역인 혼도니아주의 타나루 원주민 영토를 순찰하던 중 오두막 옆 해먹에 누워 있던 남성의 시신을 발견했다.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던 듯 마코앵무새 깃털에 덮인 채였다.
 | | 최소 26년간 외부 세계와 단절된 채 생활하다 숨진 브라질 원주민이 생전 나무를 캐는 모습. 브라질 국립원주민재단(FUNAI) 제공, BBC 캡처 |
재단 측은 특별한 외상이나 외부 침입 흔적이 없는 점에 미뤄 “자연사했을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정확한 사인 규명을 위해 부검한 뒤 시신을 숲으로 돌려보내 매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죽은 남성의 이름이나 나이에 대해서 아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죽음과 동시에 그가 속했던 부족 문화와 수많은 궁금증에 대한 해답도 모두 사라졌다고 NYT는 전했다.
외관상 60세쯤으로 추정되는 남성은 ‘세계에서 가장 외로운 사람’으로 불리곤 했다.
그는 부족이 살던 지역을 개발하려던 목장주들에게 부족원이 모두 살해당한 뒤 최소 26년을 고립된 채 살았다.
재단 탐험대가 1996년 오두막에 숨어 있던 그를 발견했다.
대화를 시도하고 옥수수와 화살을 제공하려던 탐험대원들에게 그는 겁에 질린 채 적대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후 재단은 남성 거주지를 ‘접근 제한 지역’으로 설정하고 이따금 순찰을 나가 집 근처에 생필품을 두고 오곤 했다.
현지 언론은 그에게 ‘구덩이의 사내’라는 별칭도 붙였다.
짐승을 사냥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 수많은 구덩이를 오두막 밖에 파놓아서다.
원주민 전문가 마르셀루 도스 산토스는 “그가 사용한 장신구나 도구는 인근 원주민 집단이 쓰는 것과 비슷했다”며 “이 구덩이의 존재가 유일한 차별점”이라고 했다.
그는 생전 옥수수와 파파야를 경작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단은 죽은 남성처럼 고립된 삶을 살아가는 부족이 최소 114개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중 존재가 확인돼 정부의 보호를 받는 부족은 28개뿐이다.
2005년 재단과 함께 죽은 남성의 거주지 인근 감시 활동에 참여했던 인권단체 ‘서바이벌인터내셔널’의 피오나 왓슨은 “나에게 그는 저항과 회복력의 상징이었다”며 “누구와도 말하지 않고 혼자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은 깊은 슬픔 때문일 수도, 불굴의 투지 때문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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