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첫 명절을 맞아 해외여행을 떠나려는 여행객들로 공항이 북적이고 있다.
그러나 건강상 문제로 비행기를 타도 괜찮은지 걱정을 하는 경우도 있다.
안압이 중요한 녹내장 환자들이 대표적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기내 환경은 안압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아 대부분의 환자는 비행기를 타는 데 문제가 없다.
다만 약물 점안 시간, 조도 및 건조함 등 기내 유의사항이 있는 만큼 여행 전 담당 의사와 상담해 비행 가능 여부를 확인하고 미리 주의할 점을 챙기는 것이 좋다.

안압이 높아져 시신경이 손상되는 질환인 녹내장은 안압 관리가 매우 중요해 고도가 높아지는 비행기 탑승과 같은 기압의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다행히 기내에는 기압과 산소량을 조절하는 장치가 있어 안압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아 대부분의 녹내장 환자들에게 큰 위험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최근 몇 주 내 망막수술 중 눈 안에 가스를 주입했다면 비행기의 고도가 높아지며 눈 속의 가스가 팽창, 안압이 급격히 올라갈 수 있어 비행을 삼가야 한다.

평소에도 안압 조절을 위해 매일 정해진 시간에 약을 점안해야 하는데, 비행기를 탈 때나 해외여행 중에도 안약 점안 시간을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하루 2번 점안하는 약은 12시간 주기, 한 번 점안하는 약은 24시간 주기라는 것을 기억하고 장시간 비행이라면 기내에서도 점안 주기를 맞춰야 한다.
며칠 이내의 짧은 여행이라면 시차와 관계없이 평소 점안 주기에 맞춰 점안하는 게 좋다.

낮은 조도의 기내에서 장시간 엎드리는 등 고개를 숙인 자세를 취하면 폐쇄각녹내장을 유발할 수 있다.
동공이 일정 크기로 고정돼 눈 안 방수 순환이 원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급성 폐쇄각녹내장으로 치료를 받았거나 폐쇄각녹내장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는 다른 사람에 비해 발생 가능성이 높다.
비행 중 급성 녹내장 발작이 생기면 즉각적인 대처 및 치료가 어려운 만큼 장거리 비행 전 주치의와 충분히 상의하는 것이 좋다.

건조한 기내 환경도 녹내장 환자에게는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기내는 습도가 15% 정도로 일정하게 유지된다.
이는 일반적으로 쾌적하다고 느끼는 50~60%에 비해 낮아 일시적으로 안구건조증을 느낄 수 있고, 녹내장 안약을 사용하고 있는 경우 눈이 건조감에 더욱 예민할 수 있다.

이를 예방하려면 수시로 수분을 섭취하고, 에어컨 바람이 눈에 직접적으로 닿는 것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물감, 시야흐림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인공눈물이나 연고를 점안해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디지털 기기 시청이나 독서를 할 때 중간중간에 고개를 들고 눈을 감고 있거나 먼 곳을 바라보는 등 눈을 쉬게 해주면 안압 상승을 방지에 도움이 된다.

유영철 김안과병원 녹내장센터장은 “해외여행 전 비행기 탑승이나 시차가 있는 여행에 대해 염려하는 녹내장 환자들이 많다”면서 “녹내장은 평생 관리가 중요한 질환이므로 비행기를 탈 때도 관리가 필요하지만, 여행 전 주치의와 상의해 준비한다면 충분히 안전한 여행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