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침공 200여일… 전세 역전 주목
제2도시 하르키우 이어 이줌 확보
러 군수품 보급 요충지 손에 넣어
WSJ “서방 무기 지원 효과” 평가
우크라 ‘성동격서식’ 번개작전 주효
러 외무, 정전·휴전 가능성 시사
2월24일 러시아에 침공당해 200여일 고군분투한 우크라이나군이 반격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제2의 도시 하르키우를 탈환하는 등 속속 성과를 내고 있는 우크라이나군의 공세에 전세가 역전될지 주목된다.
 | 러 보복폭격으로 대규모 정전사태 우크라이나 북동부 하르키우에서 11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의 로켓 공격으로 발전소가 불타는 가운데 소방관들이 소방 호스로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공세에 밀린 러시아군은 하르키우에서 퇴각하면서 기반 시설에 폭격을 가해 대규모 정전 사태와 화재를 일으키고 있다.
하르키우=EPA연합뉴스 |
로이터 통신, AP 통신, CNN 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은 1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이 이달 들어 자국 영토 약 3000㎢를 수복했다고 밝혔다.
이는 서울 면적(605㎢)의 약 5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8일 1000㎢를 수복했다고 밝힌 지 이틀 뒤엔 2000㎢로 넓히더니 하루 만에 다시 1000㎢를 더 보탠 것이다.
이는 또 지난 4월 이후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빼앗은 영토보다 더 넓은 면적이다.
최근 우크라이나군은 대규모 반격 작전을 통해 하르키우 주요 지역 곳곳을 수복하는 한편 러시아군 점령지를 향해 전선을 꾸준히 전진시키고 있다.
이는 초기 키이우에서 러시아군의 공격을 막아낸 데 이어 최대 성과로 꼽힌다.
이날 우크라이나군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과 가까운 내륙도시 이줌의 통제권을 되찾았다고 선언했다.
이줌은 러시아군이 군수 보급 중심지로 활용한 전략 요충지다.
로이터는 이줌에 주둔하던 러시아군 장병 수천명이 탄약과 장비를 버려둔 채 철수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이 거세지자 러시아군은 황급히 하르키우를 떠나고 있다.
러시아 점령군 측이 설치했던 러시아 행정당국은 현지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러시아는 사실상 하르키우를 포기한 모양새다.
주도권을 완전히 빼앗긴 하르키우를 포기하는 대신 위기에 처한 도네츠크 점령지를 지키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우크라이나의 군사 전문가는 로이터에 “곧 7월 초에 러시아가 점령한 루한스크 지역까지 우크라이나군이 진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크라이나군은 루한스크 스바토베에서 이미 러시아인들이 대피 중이라고 주장했다.
스바토베는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전장 핵심 보급 지역 중 하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같은 성과는 우크라이나가 서방의 군사 지원을 받아 영토를 되찾을 수 있다는 역량을 보여준 첫 사례라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군의 성동격서식 작전 전개도 주목받는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 점령당한 헤르손을 수복하겠다고 공언했으나 이는 러시아군의 주의를 돌려 하르키우 지역의 피점령지를 공격하려는 기만 작전이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미국 워싱턴의 전쟁연구소 카테리나 스테파넨코는 이러한 속임수가 효과를 냈다고 CNN에 밝혔다.
 |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모스크바=타스연합뉴스 |
스테파넨코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다음 선택에 대해 계엄령 선포와 자국민, 자원에 대한 전쟁 총동원령 선포 가능성도 언급했다.
그는 전쟁 내내 국내 인기·지지 저하 우려 때문에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돈바스 등 친러 지역 안전 확보를 위한 ‘특수 작전’으로 의미를 축소시키면서 총동원령을 피했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와의 정전·휴전 가능성도 유효해 보인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11일 국영 TV 채널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협상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협상이 지체될수록 합의 도출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라브로프 외무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우크라이나의 전세 역전 가능성이 제기된 시점에 나와 서방의 이목을 끌었다.
나기천 기자 n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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