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제조 등 고위험군 80% 보조
2021년 32억 예산 중 7억 집행 그쳐
대상자들 “최대 20만원 자부담금
평일만 이용 가능… 엄두 안 난다”
과로 연관 산재 사망 2021년 509명
고용부 “신청률 높일 대책 강구”
#. 수도권의 건설 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는 A(56)씨는 일당으로 평균 시세인 약 13만원을 받는다.
휴일과 비수기 등을 고려하면 한 달에 손에 쥐는 돈은 200만원 남짓. 근래 들어 몸이 예전 같지 않아 불안감이 엄습하지만, 정부가 지원하는 과로사 예방 건강검진은 엄두가 나지 않는 처지다.
추가 검사를 포함해 최대 20여만원에 이르는 자부담금이 일당을 훌쩍 넘기는 데다, 평일에 시간을 내 검진기관을 방문하기도 매우 어려워서다.
정부가 건설·제조업 등 장시간 근로 문제가 잦은 업종 종사자들의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해 건강검진 비용 등을 지원하는 ‘과로사 고위험군 집중관리 사업’을 벌이고 있으나 유명무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용노동부 사업 중 계획 규모에 비해 예산이 제때 쓰이지 않은 비율인 ‘불용률’이 가장 높아 사업 재편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12일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실에 따르면 고용부는 과로사 고위험군 근로자에게 심층 건강진단 및 집중관리를 한다는 취지로 지난해 해당 사업에 32억7600만원의 예산을 배정했으나, 77.3%(25억3200만원)가 사용되지 않아, 실제 쓰인 예산은 22.7%(7억4400만원)에 그쳤다.
예산 편성 실패로 더 많은 지원이 필요했던 사업들이 애꿎은 피해를 본 셈이다.
당국이 지난해 사업장 7383개소를 대상으로 관련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업계는 사업 집행이 부진한 이유로 자기부담금(25.8%),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우려(16.1%), 평일 검진 어려움(15.8%), 인근 검진기관 없음(10.3%), 검진 시 업무 공백(10.0%), 인터넷 신청 어려움(9.2%) 등을 꼽았다.
사업 내역을 보면 총 검진비용의 20%를 신청자가 부담하도록 설계돼 있다.
따라서 기본 검사비용 자부담금(4만2600원)에 더해 각종 선택·추가 검사를 받으면 근로자가 부담해야 할 비용은 최대 23만7600원이다.
아울러 생업에 지장이 생길 것을 우려해 평일 검진기관 방문을 꺼리거나, 정보기술(IT)에 서툰 고령자들이 인터넷 신청을 하기 어려운 현주소도 반영된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고용부 관계자는 “일부 취약계층에 자기부담금을 완화하거나, 월 1회 휴일 검진이 가능하도록 검진기관에 협조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사업이 부실하게 집행되는 가운데, 과로사를 유발하는 뇌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산재 승인 사망자 수는 5년 새 약 1.5배로 불어날 정도로 증가세다.
지난해에는 509명이 해당 질병으로 목숨을 잃었다.
이는 직전인 2020년(463명)에 비해 대폭 늘어난 데다, 최근 5년간 가장 높은 수치다.
가뜩이나 고용당국의 주 52시간제 개편 추진 등으로 건강권 침해 우려가 노동계를 중심으로 번지고 있어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임 의원은 “과로사 고위험군 근로자들이 건강권을 최대한 누릴 수 있도록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며 “검진 이후에도 사후관리를 철저하게 실시해 과로사 방지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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