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대반격 성공 분석
하르키우 공격작전·무기지원 등
美 워게임 검증 바탕 계획 세워
수세 몰린 푸틴, 남은 카드 적어
“총잡는 것도 어색한 시골 청년들”
병사 동원·전열 재정비 ‘회의론’
서방선 “축배 일러” 장기전 관측
우크라이나군이 최근 제2 도시 하르키우를 수복하는 등 거침없는 기세로 대반격에 성공한 데에는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의 조언이 결정적이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러시아 병사 다수가 오합지졸이라는 증언이 나오는 가운데 안팎에서 궁지에 몰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내놓을 수 있는 카드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평가다.
뉴욕타임스(NYT)는 13일(현지시간) 미국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우크라이나가 이번 반격 작전에 착수하기 수개월 전부터 서방과 구체적인 작전 계획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애초 독자적 계획을 수립했다가 대규모 희생이 예상되자 미국, 영국의 군사정보기관에 조언을 구했다는 설명이다.
 | 우크라이나 병사가 13일(현지시간) 최근 수복한 동북부 하르키우주 이지움에서 군용차량 위에서 승리의 'V' 사인을 만들어 보이고 있다.
이지움=AP연합뉴스 |
특히 남부 헤르손을 집중적으로 노리는 척하다 북동부 하르키우를 공격한 ‘성동격서’ 작전도 미국과의 긴밀한 소통 속에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남부 반격 작전을 미국이 워게임으로 검증한 결과 실패 확률이 높게 나타났고, 러시아가 북동부에서 병력 보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정보를 미군 당국이 포착하면서 작전 계획을 변경했다는 것이다.
병력을 남부, 북동부에 양 갈래로 나눠 공격하는 새 작전 계획은 미국과 영국이 워게임으로 검증한 결과 성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크라이나는 또 작전에 착수하기 전 필요한 무기 리스트를 미국에 보내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등 첨단 무기를 지원받았다.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가 지난 몇 주, 몇 달간 제공한 무기 체계는 우크라이나가 방어는 물론 공세에 나서는 데 중요하고 효과적이라는 게 입증됐다”며 “며칠 안에 추가 안보 지원 패키지를 보게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전황이 불리하게 돌아가면서 국내 여론도 악화하는 가운데 푸틴 대통령의 향후 선택지는 확전을 위한 ‘동원령’과 전열 재정비 시간을 벌 ‘협상’ 두 가지로 좁혀진다고 CNN방송이 이날 짚었다.
그러나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에 따르면 러시아 일부 지역은 병사 모집 압박에 벌써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현재 전선에 배치된 러시아 병사들조차 “총 잡는 것도 어색한 지방 출신 가난한 청년들”이 다수라고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키이우, 부차, 안드리우카 등지의 주민 증언을 토대로 14일 보도했다.
신문은 “병사들은 러시아 중·북부, 시베리아 등의 지방 출신들로 종군 경험이 없는 건 명백해 보였다”는 부차 주민의 말을 전하며 “키이우 근교에 파견된 병사들은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젊은이들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충성심도 약해 “아내가 보고 싶다”, “왜 우리가 여기에 온 건지 모르겠다”는 등의 푸념을 일삼거나 러시아 정부에 대한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민족 구성도 러시아계뿐만 아니라 체첸계, 몽골 민족과 가까운 부랴트계 등으로 다양하며 사이가 좋지 않아 주민들에게서 약탈한 물건을 나눌 때 종종 싸움을 벌였다고 한다.
이들은 러시아계 병사를 ‘푸틴의 개’라고 부르기도 했다.
 | 포격 흔적 뒤덮인 이줌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주 이줌의 들판이 13일(현지시간) 포격 흔적으로 뒤덮여 있다.
최근 대대적 반격에 나선 우크라이나군은 전략적 요충지인 이곳을 러시아군으로부터 탈환했다.
이줌=AP뉴시스 |
우크라이나와의 협상 가능성도 크지 않다는 관측이다.
지금껏 잃은 영토를 수복하지 않으면 협상에 나설 수 없다는 우크라이나 측 입장이 완강하기 때문이다.
서방은 우크라이나군의 선전에 고무된 표정이면서도 겉으로는 전황을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신중한 태도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기자들 질문에 “우크라이나가 의미 있는 진군을 한 것은 분명하지만 전쟁은 장기전이 될 것”이라고 했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사령관 출신 필립 브리들러브도 “러시아엔 이번 사태에 투입할 전차, 트럭, 병력이 아직 많다”며 “축배를 들 때가 전혀 아니라는 데 동의한다”고 말했다.
유태영 기자, 도쿄=강구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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