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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에너지 노동자도 축구스타들도 “아미니가 무슨 죄”

세계일보 기사제공: 2022-10-11 19:09:41

반정부 시위 전국민 확산
국가대표 주장·감독 활약 다에이
SNS에 분노의 댓글 잇따라 올려
현역 대표도 “정부가 수치스럽다”
석유·가스 노동자들도 시위 동참
공장 길목 봉쇄… “독재자 죽음을”
美제재 속 파업 지속땐 타격 클 듯

이란의 석유·가스 부문 노동자들과 이란 최고의 인기 스포츠인 축구의 국민영웅급 선수 출신들이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아 도덕경찰(Morality Police)에 체포된 뒤 22세 나이로 의문사한 마흐사 아미니 죽음에 항의하고 나서면서 반정부 시위가 전민(全民)항쟁 양상으로 확대되고 있다.

반정부 시위 격화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지난 8일(현지시간) 진행된 반정부 시위 중 도로에서 화염이 솟아오르고 있다.
이란에서는 지난달 16일 22세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덕경찰에 체포됐다가 의문사한 뒤 정부 규탄 시위가 연일 벌어지고 있다.
테헤란=AFP연합뉴스

이란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과 감독으로 활약한 알리 다에이(58)가 아미니 의문사 사건으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에서 주도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영국의 더타임스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한때 국제축구연맹(FIFA) A매치 최다 골 기록 보유자이었던 다에이는 인스타그램에 아미니 사진을 게시한 뒤 분노의 댓글을 여럿 달고 있다.
그는 “내 딸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묻고 있다”며 “내가 무슨 대답을 할 수 있겠는가. 아미니가 무슨 죄를 지었느냐”고 항의했다.
이란 정부의 시위 강경진압에 대해선 폭력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이 언급 뒤 당국에 여권을 빼앗겼다가 돌려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1994년 미국 월드컵 예선 득점왕, 1994년 아시안컵 예선 득점왕 등으로 화려한 현역 시절을 보내 역대 중동 최고급 선수로 꼽히는 다에이는 A매치에서 통산 109골을 넣었다.
이는 지난해 9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에 의해 깨질 때까지 15년 동안 A매치에서 한 선수가 올린 가장 많은 골 기록이었다.

이란 축구 국가대표팀 전 감독 알리 다에이.테헤란=AFP연합뉴스

다에이와 함께 2000년대 초반 아시아를 대표했던 알리 카리미(43)도 시위를 지지하며 “이란의 다음 카베(Kaveh)는 여성”이라고 적었다.
대장장이 카베는 압제자에 저항한 이란 신화 속 인물이다.
현재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거주 중인 카라미는 이로 인해 국가안보에 반하는 행동을 한 혐의로 이란에서 기소됐다.
역시 히잡 시위를 지지한 2014년 브라질월드컵 당시 대표 호세인 마히니(36)는 무질서 조장 혐의로 지난주 당국에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

현역 대표 선수 목소리도 들린다.
대표 공격수인 사르다르 아즈문(27)은 나중에 삭제된 게시물에 “(이란 정부가) 국민과 여성을 죽인 것이 수치스럽다”고 밝혔다.
그는 “가장 나쁜 일은 내가 대표팀에서 쫓겨나는 것”이라면서도 “이는 이란 여성의 머리카락 한 가닥에 치러야 할 작은 대가에 불과하다”고 시위대 편에 섰다.

더타임스는 많은 이란 현역 축구 국가대표가 시위를 지지해 다음 달 카타르에서 열리는 월드컵 출전 명단에서 제외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AFP 등은 산유국 이란의 석유와 천연가스부문 노동자가 반정부 시위에 동참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하고 있다고 10일 보도했다.
한 영상에는 페르시아만 연안 부셰르주 아살루예에서 노동자들이 석유화학 공장으로 가는 길을 봉쇄하고 “독재자에게 죽음을”이라고 외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얼굴에 이란 국기와 붉은 손자국 그림을 그린 한 시위대가 지난 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히잡 의문사'에 항의하는 이란 시위대를 지지하는 시위에 나서고 있다.
파리=AFP연합뉴스

대학생과 여성이 중심 역할을 해온 이번 반정부 시위에 남성 위주의 에너지 업계 노동자가 동참한 것은 처음이다.
카림 사자드푸르 카네기국제평화기금 선임연구원은 로이터에 미국의 대(對)이란 석유수출 제재 상황에서 에너지 부문 노동자들의 파업이 대규모로 지속한다면 이란이 무릎을 꿇게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시위 확산과 당국의 강경 진압으로 지금까지 이란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사망했는지는 공식 확인되지 않고 있다.
지난달 24일 이란 국영TV는 최소 41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노르웨이 오슬로에 본부를 둔 이란인권(IHR)은 최소 185명이 숨졌다고 집계했다.
나기천 기자 n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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