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30대 회사원 박모씨는 '갓생'과 '워라밸' 사이에서 고민이 많다.
새벽에 일어나 독서를 하는 등 이른바 '미라클 모닝'이라 불리는 도전으로 작은 성취감을 느끼고 싶지만, 회사 업무가 많아 잠자는 시간이 빠듯하기 때문이다.
박씨는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를 보면 '갓생'을 사는 MZ세대가 많은데, 현실에 적용하기란 정말 힘든 것 같다"고 털어놨다.

갓생은 '신'을 의미하는 'God'(갓)과 인생을 의미하는 '생'을 합친 신조어다.
성취감을 느끼며, 삶을 부지런하게 사는 사람들을 MZ세대 사이에서 '갓생을 살고 있다'고 말한다.

이런 '갓생 살기'는 소소한 성취감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청년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지난해 MZ세대 9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 77.2%가 '매일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루틴이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70.3%는 '사소한 성취도 내 삶에 큰 의미가 된다'고 했다.

갓생살기는 매일 아침 조깅 등 작지만 지킬 수 있는 계획을 세우고, 그 과정에서 뿌듯함을 느끼는 등 정신적으로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영어 공부 등 단순히 자기계발에 전념하는 것과 차이가 있다.

이렇다 보니 업계에서는 '갓생 살기' 트렌드를 타고 관련 제품을 내놓기도 한다.
IT 업계에서는 '갓생'을 도와주는 '미션 알람', '돈 버는 만보기' 성격의 애플리케이션(앱)을 출시해 인기를 끌고 있다.
모두 소소한 성취감을 얻을 수 있게 해주는 애플리케이션이다.

최근 미라클 모닝을 실천하고 있다고 밝힌 30대 중반 김모씨는 "자영업을 하면서 원래 좀 일찍 일어나지만, 일에 치이다 보니 온전한 내 시간이 없어 일찍 일어나 명상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명상이 잘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를 도와주는 앱을 통해 오롯이 내 시간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큰 만족감을 느낀다"라고 덧붙였다.

◆ '갓생' 좋지만…워라밸 보장 없이 가능할까

그러나 직장생활 등 현재 생활(현생)에서 갓생을 위해 시간을 확보하기란 녹록하지 않다.
중소기업에 재직하고 있는 한 20대 중반 직장인은 "새벽에 일어나 독서를 하는 미라클 모닝 등 갓생은 내 현실에서 불가능한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퇴근도 눈치를 볼 수밖에 없고 워라밸 희망 역시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갓생을 살고 싶지만 직장생활 등 현재 생활에서의 어려움에 따른 고민이다.

결국 갓생을 살기 위해서는 여가 시간 확보를 위해 워라밸과 '조용한 사직' 등을 할 수밖에 없는데, 자칫 직장 상사의 지적을 받을 수도 있다.
'조용한 사직'이란 퇴사를 하진 않지만, 최소한의 업무만 하는 것을 뜻한다.
월급에 비례해 해고당하지 않을 만큼만 일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런 '조용한 사직'에 맞서는 직장 조직 문화도 생겨나고 있다.
개인 생활보다 업무를 중시하는 태도를 말하며, 열정적으로 일하는 것을 높이 평가하는 문화를 의미한다.
이를 두고 '허슬 컬처(hustle culture)'라고 부르기도 한다.
기업이 만족할 수밖에 없는 근무 태도다.

'조용한 사직'과 관련해 기업에서는 당연히 불편한 심기를 내비친다.
직장관리 담당 수석 과학자 갤럽의 짐 하터(Jim Harter)는 최근 CBS의 경제뉴스 프로그램 머니워치(MoneyWatch)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근로자와 고용주 간의 관계가 악화하고 있으며, 근로자들이 조직과의 연관성이 떨어진다는 것은 기업에 커다란 골칫거리"라고 말했다.
이어 "조직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조직에 대한 충성심을 느끼지 못하는 직원들과 고용주 사이의 괴리감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