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증거 인멸·도주 우려"…장관급 첫 신병확보 성공 / 다음 타깃은?
검찰이 서욱 전 국방부 장관과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의 신병 확보에 성공하면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이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전 정부의 '자진월북' 의사결정 및 발표 과정에 사실의 은폐·왜곡이 있었다는 주장을 법원도 어느 정도 인정한 셈이어서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뉴스1에 따르면 서 전 장관과 김 전 청장 신병을 확보한 검찰은 최대 20일간 보강조사를 거친 후 재판에 넘길 전망이다.
1차 혐의소명에 성공한 검찰은 박지원 전 국정원장과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에 대한 수사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진척에 따라 문재인 전 대통령도 검찰의 사정권 안에 들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울중앙지법 김상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2일 새벽 서 전 장관과 김 전 청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 부장판사는 "증거 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발부 사유를 설명했다.
서 전 장관은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가 자진월북했다는 당국의 판단과 배치되는 군사정보통합처리체계(MIMS·밈스) 내 감청정보 파일 일부를 삭제하라고 지시하는 등 직권남용, 허위공문서 작성, 공용전자기록손상 혐의를 받는다.
감사원 조사에서는 당시 퇴근했던 밈스 담당자가 새벽에 불려나와 군 첩보 보고서 60건을 삭제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방부는 안보실 지시에 따라 이씨의 자진월북 결론을 정한 후 월북 의도가 낮았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정보는 의도적으로 분석·검토에서 배제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김 전 청장은 2020년 9월 서해 피격사건 당시 수사를 맡은 해경의 총책임자로 충분한 근거가 없는 상태에서 이대준씨의 월북을 발표하고 이와 배치되는 사실을 은폐한 혐의(직권남용·허위공문서작성)를 받는다.
또 해경이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씨의 도박 빚을 언급하고 "정신적 공황 상태에서 현실 도피 목적으로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사자명예훼손)도 받는다.
특히 감사원 조사에 따르면 이대준씨가 발견 당시 한자가 적힌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지만 해경은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
해당 구명조끼는 국내에선 구할 수 없고, 이씨가 승선하고 있던 배에 비치된 것도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당국의 '자진 월북' 결론과 배치되는 증거 중 하나였지만 김 전 청장은 이를 보고받고도 "나는 안 본 걸로 할게"라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지난 13일과 14일 각각 서 전 장관, 김 전 청장을 불러 조사한 뒤 18일 이들에 대한 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이 서해 피격 사건과 관련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장관급 고위인사 구속에 성공함에 따라 검찰 수사는 더욱 활기를 띌 것으로 보인다.
서 전 장관과 김 전 청장에 대한 영장 발부로 검찰이 첫 고비를 넘기면서 '서해피격' 사건은 보다 탄력을 받게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들의 피의사실은 남은 '최고 윗선'의 법리다툼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국정원의 첩보보고서를 무단 삭제한 혐의를 받는 박 전 원장의 혐의는 서 전 장관과 닮은 꼴이다.
국정원은 자체조사 뒤 박 전 원장을 국정원법위반 및 공용전자기록등손상죄 등 혐의로 고발했다.
감사원 또한 '서해피격' 관련 국정원 자료가 46건 삭제됐다는 조사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박 전 원장은 "문건으로 본 적도 없고 또 제가 보았더라도 지시할 바보 국정원장이 아니다"라며 "제가 삭제를 했더라도 국정원 메인 서버에 남는다"고 혐의 일체를 부인하는 입장이다.
서훈 전 실장은 '서해피격' 사건을 둘러싼 여러 의혹의 꼭짓점에 서 있다.
서해피격 사건 조사방향 및 의사결정을 주도한 만큼 나머지 주요 피의자들에 대한 수사상황 및 그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법조계에서는 서 전 장관과 김 전 청장의 신병을 확보하며 혐의입증 1차 관문을 넘긴 검찰이 박 전 원장과 서 전 실장을 소환한 뒤 기소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고 있다.
관심을 모으는 문재인 전 대통령 관여 및 지시 여부에 대해서는 회의록이나 문서, 증언 등 객관적 증거 확보 여부에 따라 갈릴 것으로 관측된다.
서 전 실장의 진술내용 및 신병처리 여부는 검찰 수사가 문 전 대통령까지 확장될지 여부의 중대 변곡점으로 꼽힌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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