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대현 기자] 지난해 1월15일 새벽, 서울 관악구의 한 건물 3층에서 불이났다.
화재는 성인용품 마네킹과의 성행위 공간을 제공하는 이른바 '리얼돌샵'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다행히, 화재는 다른 층으로 번지지 않고 진화됐다.
하지만 리얼돌샵은 가게 내부와 물품 등이 불에 타 2800만원가량의 피해를 입었다.

수사기관은 누군가 고의로 불을 낸 것으로 보고 추적에 나섰다.
이후 리얼돌샵 주인 A씨(62·남)가 방화범으로 붙잡혔다.

A씨는 1억원가량의 금융 채무가 있었고, 코로나19 확산으로 경영마저 악화된 상황이었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A씨가 화재손해 보험에 가입한 것을 떠올리고, 고의로 불을 내 보험금을 받으려 했다는 게 수사기관의 판단이었다.

실제로 A씨는 불이 나고 두달 뒤 "원인 미상의 화재로 손해를 입었다"며 작성한 가짜 보험금청구서를 보험사 직원에게 제출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가 가입한 보험은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집기비품·시설·동산에 대한 실손보상 상품이었고, 가입금액 합계는 1억4000만원, 회당 보험료는 20만원이었다.
보험사는 화재 원인이 방화란 사실을 전달받고 A씨에게 보험금을 지급하진 않았다.

화재 당시 건물 1층 편의점에 직원이 야간 근무 중이었던 점 등을 고려한 검찰은 '현존건조물방화 혐의'와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혐의' 등을 적용해 A씨를 재판에 넘겼다.

26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재판장 조용래 부장판사)는 최근 A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방화 범죄는 자칫 더 큰 화재로 번져 무고한 다수의 생명·신체 또는 재산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가져오는 등 사회적 위험성이 작지 않고, 보험사기 범죄는 보험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범행으로서 그 사회적 폐해가 매우 크다"며 "범행 동기와 경위, 피해 정도 등에 비춰 사안이 중하고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질책했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이 이 법정에 이르러 범행을 모두 인정하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화재가 비교적 빨리 진화돼 추가 피해는 없었고, 불탄 부분을 복구해 건물 소유자에게 돌려줬다.
건물주가 선처를 구하고 있다.
보험사기 범행이 '미수'여서 피고인이 취득한 이익은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보험사기를 저지르려고 계획적으로 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 점, 동종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은 없는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A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