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로 한순간에 가족을 잃은 외국인 희생자의 유족들이 슬픔을 토로했다.
지금까지 확인된 외국인 사망자는 미국, 일본, 이란, 중국, 러시아 등 14개국, 총 26명이다.
 
31일 뉴욕타임스(NYT)는 이태원 참사로 아들을 잃은 미국인 스티브 블래시의 사연을 소개했다.
 
한국어를 공부하기 위해 서울에서 지내고 있던 차남 스티븐(20)의 안부가 걱정된 블래시는 급하게 아들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다.
아들과 연락이 되지 않았고 블래시는 아들 친구와 미국 정부 관계자 등에 연락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주한미국대사관의 아들이 세상을 떠났다는 비보였다.
사고 발생 30분 전, 블래시는 아들에게 “안전하게 다녀라”라고 문자를 보냈지만, 답장은 오지 않았다.
 
블래시는 지난 30일 NYT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칼로 수억 번 찔린 것 같다"며 고통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다.
(소식을 듣고) 난 무기력해졌고 동시에 큰 충격에 빠졌다"고 덧붙였다.
 
블래시의 아들은 예전부터 동북아시아에서 국제 경제학을 공부하고 싶어했다.
코로나 유행으로 유학을 미루다가 이번 가을에 한국으로 유학을 왔다.
블래시는 "아내가 라틴계인데 아들은 라틴아메리카에 가고 싶어하지 않았다"며 아들이 한국에 가고 싶어했다고 했다.
 
블래시는 한국 당국의 미흡한 조치에 대한 원망도 드러냈다.
블래시는 "(한국 정부는) 사람들이 이렇게 밀집하는 것을 허용해서는 안 됐다"고 비판했다.
 
같은 날 일본 훗카이도 방송(HBC)도 이번 참사로 딸을 잃은 일본인 아버지 토미카와 아유무의 인터뷰를 전했다.
토미카와는 HBC에 "매우 슬프다"며 "딸이 좋아하던 한국이기에 한국행을 반대하지 않았다.
오히려 응원했다"고 말했다.
그의 딸 메이는 한국에서 6개월째 어학연수 중이었다.
 
딸은 사고 당일에도 아버지와 라인을 통해 "한국 전통음식인 비빔밥이 맛있었다.
오늘은 같은 반 프랑스인 친구와 만난다"고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러나 참사 소식을 들은 토미카와가 딸에게 전화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나중에서야 연결이 됐지만 전화를 받은 건 현장에서 핸드폰을 주운 경찰이었다.
이후 일본 외무부는 “지문이 일치한다”며 딸이 숨졌다는 소식을 전했다.
 
토미카와는 "딸은 명랑하고 귀여운 아이였다"며 "미래에 한국과 일본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싶어 했다"고 HBC에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스티브와 메이를 포함한 외국인 사망자는 14개국 26명에 달했다.
△이란 5명 △중국 4명 △러시아 4명 △미국 2명 △일본 2명 △프랑스·호주·노르웨이·오스트리아·베트남·태국·카자흐스탄·우즈벡·스리랑카 각 1명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