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풍 사고가 얼굴·형식 바꿔 사회에 계속 나타나는구나 생각”
 | 3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참사 추모 공간을 찾은 시민들이 희생자를 추모하고 있다.
연합뉴스 |
1995년 발생한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생존자인 이선민씨는 이태원 압사 참사를 두고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빗대며 “깐부라는 돈 많은 사람이 게임에 참가한 사람들을 사람 이상으로 보지 않고 그냥 장난감으로 봤다”고 말했다.
이씨는 3일 KBS라디오 ‘주진우의 라이브’에서 “‘오징어게임’이라는 드라마가 대한민국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그는 “(삼풍 사고로) 누워있을 당시 (이준 전 삼풍백화점) 회장이 인터뷰하는 걸 봤는데 인상적이었다”며 “‘사람이 많이 죽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 물음에 ‘이보시오, 기자 양반. 나는 돈을 잃었소’ 이렇게 얘기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기득권의 감성들 그리고 사람이 죽는데 죽어야 하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돈에 미쳐 있는 것들 전부 우리 사회를 나타내는 게 아닐까”라고 했다.
 | | 1995년 발생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연합뉴스 자료사진 |
이씨는 이번 사고에 대해 “사전에 예방할 수 있었는데 예방하지 못했던 인재”라면서 “삼풍백화점이라는 사고가 얼굴과 형식을 바꿔 이 사회에 계속 나타나는구나 생각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고가 났던 골목은 히말라야 같은 극지도 아니고, 가지 말아야 하는 공사장도 아니었다”며 “다른 나라가 아니라 내 나라니까 그렇게 큰일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하지 않고 간다.
그런데 사람이 사람한테 깔려 죽는 사고가 났다.
이건 자연재해가 아니라 충분히 컨트롤할 수 있었고 예방할 수 있었던 비극적인 참사”라고 했다.
이씨는 이태원 참사 피해자들이 적극적인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저는 (사고당한 지) 27년 차인데 지금도 약을 먹지 않으면 잠을 못 잔다”며 “참사 피해자분들이나 이번 일로 우울해 하시는 분들은 빨리 정신과 가서 상담받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씨는 또 “집에 혼자 있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조언하며 “제가 사고 직후 아무도 만나기 싫고 말하기 싫어서 2~3년을 혼자 있었는데 그게 병을 키웠다.
나중에 정신과 선생님이 안타까워하셨다”고 자신의 경험을 전했다.
이씨는 “삼풍 사고 당시 김영삼 정부는 확실하게 사과했고, 김영삼 대통령이 책임지고 수습하겠다고 약속했다”며 “그랬기 때문에 지금 이건 정부 잘못이라고 하는 것”이라고 “국가책임론을 빼자는 얘기가 많은데 그럴 거면 우리가 왜 세금을 내고 이 나라에 같이 사는지 모르겠다.
이태원 골목은 국가의 사업장이고 저희는 세금을 내고 이용하고 있는 셈이니 그럼 마땅히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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