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사업 '결재권자' 이재명, 측근 범죄 인지·관여 관건이라는 시각도
검찰이 뇌물 등 혐의를 받는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14시간 넘는 강도 높은 조사가 이뤄진 바로 다음날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검찰이 이미 퍼즐을 대부분 맞췄다는 해석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엄희준)는 16일 정 실장에 대해 △부패방지법 위반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법률위반(뇌물) △부정처사후수뢰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구속영장 청구는 예상된 수순이었다.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 검찰이 조속히 신병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정 실장이 전날 조사에서 혐의 대부분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져 구속영장 발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앞서 체포영장은 법원으로부터 한 차례 기각된 바 있다.
검찰이 정 실장의 신병을 확보하는 데 성공한다면 당시 성남시장으로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의 최종 결재권자였던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측근들의 범죄를 인지 또는 관여·공모했는지에 대한 수사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정 실장은 지난 2013년 7월부터 2017년 3월까지 성남시와 성남도시개발공사 관련 직무상 비빌을 이용해 남욱 변호사 등 민간업자들이 위례신도시 개발 사업자로 선정되도록 하고 호반건설이 시행·시공하게 해 개발수익 210억원 상당을 취득하게 한 혐의(부패방지법위반)를 받는다.
또 검찰은 정 실장이 지난 2013년 2월부터 2020년 10월까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으로부터 각종 사업 추진 등 편의제공 대가로 6차레에 걸쳐 총 1억4000만원을 수수하고(뇌물), 유 전 본부장, 김용 부원장과 함께 대장동 개발사업자 선정 대가로 개발사업 배당이익 428억원을 받기로 약정했다고 봤다(부정처사후수뢰).
정 실장은 지난해 9월 검찰이 유 전 본부장을 압수수색하기 직전 유 전 본부장과 통화해 휴대폰을 버리라고 지시한 증거인멸교사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전날(15일) 정 실장을 소환해 14시간 동안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고, 정 실장은 제기된 혐의를 모두 적극적으로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실장은 소환 조사 전에도 입장문을 통해 검찰이 '정치수사'를 한다며 비판하고 제기된 혐의는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검찰은 이미 지난주 정 실장 자택 등을 압수수색할 때 체포영장도 함께 청구했으나, 법원은 정 실장이 소환조사에 응하겠다고 밝힌 점 등을 들어 영장을 기각한 바 있다.
검찰이 정 실장의 신병을 확보한다면 수사는 곧장 이재명 대표로 향할 것으로 보인다.
각각 이 대표의 왼팔, 오른팔 격인 김 부원장과 정 실장의 범죄 혐의가 확인된다면 대장동·위례신도시 사업의 결재권자인 이 대표에 대한 수사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검찰은 김 부원장과 정 실장이 2013년부터 이른바 '대장동 일당'에게 사업상 특혜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금품을 수수하거나 선거자금을 지원받는 등 유착 관계를 형성했다고 본다.
이 대표가 이를 인지했는지, 범죄에 관여하거나 공모했는지는 검찰이 밝혀야 할 사안이다.
이 대표의 이름은 김 부원장 공소장이나 정 실장의 자택 등 압수수색 영장에 여러 차례 등장했다.
검찰은 '대장동 일당'이 김 부원장, 정 실장에게 사업상 특혜를 요구한 배경을 설명하면서 김 부원장, 정 실장이 사업 결재권자인 이 대표와 맺은 관계를 강조했다.
특히 정 실장 압수수색 영장에는 이 대표의 이름이 102차례 언급됐다.
검찰은 정 실장이 1990년대 초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에서 활동하다 전대협 출신이 다수 활동하는 성남시민모임 활동을 이어갔고 그 과정에서 이재명 대표와 친분을 쌓았으며, 이 대표와 정 실장이 '정치적 공동체'라고 적시했다.
검찰은 성남시 정책비서관, 경기도 정책실장으로 재임한 정 실장이 '공직 사퇴, 선거 후 재임용' 등 방법으로 이 대표의 선거운동을 도왔고 정책개발과 이행 등 업무를 총괄했다고 판단했다.
종국에는 이 대표가 측근들의 범죄에 연루된 구체적 증거를 확보·제시하는 것이 수사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대표는 검찰 수사를 비판하고 있다.
그는 지난 14일 본인 SNS에 "야당탄압을 위한 검찰의 조작수사가 점입가경이다.
핵심범죄사실이 검찰 입맛대로 바뀌는 괴이한 수사가 자행되고 있다"라는 김현정 민주당 대변인의 브리핑을 공유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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