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연 “토종 방선균서 ‘울릉도린’ 확보 뒤 킹조지섬 곰팡이와 혼합”
“미생물 잠재능력 확인하면 암 등 희귀 난치병 대응 새 대안 될 것”
 | | 울릉도 방선균과 남극 곰팡이 혼합배양해 뽑아낸 울릉도린.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제공 |
국내 연구팀이 우리나라 토종 미생물과 해외 미생물을 결합해 신규 암 전이 억제물질을 개발해 화제가 되고 있다.
미생물의 잠재능력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면 암과 같은 희귀 난치 질환 등 다양한 질병에 대응하는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했다.
17일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 따르면 화학생물연구센터 장재혁 박사 연구팀은 울릉도 토양에 서식하는 토종 미생물과 남극에 서식하는 곰팡이를 혼합 배양해 새로운 암 전이 억제물질 발굴에 성공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번에 연구팀이 개발한 신약 후보물질 ‘울릉도린(Ulleungdolin)’은 울릉도 토종 방선균(Streptomyces)과 남극 킹조지 섬에 서식하는 지의류서 분류한 곰팡이(Leohumicola minima)의 혼합 배양 결과다.
이 물질은 암세포 이동 억제 효과를 지녔다.
연구팀은 울릉도 토양에서 분리한 방선균이 새로운 화학구조를 가진 울릉도린을 생산한다는 것을 확인했으나 구조나 기능을 밝히기에는 단일 배양으로 생산되는 양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었다.
최근 연구에서 연구팀은 남극 킹조지 섬에 서식하는 지의류에서 분리한 곰팡이와 혼합 배양해 생산량을 10배 이상 늘려 울릉도린의 구조를 밝혔다.
또 암세포에 대해 독성을 갖지 않으면서 유방암세포의 이동성을 낮춰 주는 기전을 규명해 암 전이 억제제로 활용 가능성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울릉도린을 투여하고 18시간 후 세포 이동 능력을 측정한 결과, 투여량을 늘릴수록(0→10→25μM) 암세포 이동이 현저히 억제되는 것을 확인됐다.
 | 울릉도린의 유방암세포 이동성 억제 효과. 울릉도린을 투여하고 18시간 후 세포 이동 능력을 측정한 결과, 투여량을 늘릴수록(0→10→25 μM) 암세포 이동이 현저히 억제됨을 확인할 수 있다.
뉴시스 |
연구팀은 남극의 곰팡이가 생산하는 특정 물질이 울릉도린 생산에 관여하는 방선균의 생합성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해당 물질을 발굴해 구체화하기 위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이에 앞서 연구팀은 울릉도와 제주도 토양에서 확보한 방선균들로부터 신약개발에 이용할 수 있는 물질들을 새롭게 발굴해 ‘울릉 아닐린(Ulleunganiline)’, ‘제주케토마이신(Jejuketomycin)’, ‘제주카바졸(Jejucarbazole)’ 등 지역명을 활용한 이름을 부여하고 일반에 공개, 토종 미생물에 대한 가치를 높이고 다양한 질환 대응을 위한 후속 연구를 진행 중이다.
토종 미생물을 기반으로 한 암 전이 치료제 개발과 미생물 유래 신규 의약 후보물질 발굴에 기여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연구책임자인 장 박사는 “이종 간 혼합배양으로 잠들어 있는 생합성 유전자의 발현을 유발, 신규 의약 활성물질 생산 및 목표 물질의 생산력을 증대시킨 성과”라며 “무궁무진한 미생물의 잠재능력을 확인할 수만 있다면 암과 같은 희귀 난치 질환을 포함한 다양한 질병 대응에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천연물화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천연 제품 저널’(Journal of Natural Products) 10월호에 게재됐다.
이승구 온라인 뉴스 기자 lee_ow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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