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착취 피해 아동·청소년 작품展
부모와 심리치료 받으며 그림
대다수 발 없고 눈 감은 모습
“사회적 단절·불안한 마음 때문”
가슴에 불 표현 母 “미래 열정”
여자 아이의 상의에는 붉은색 상처가 가득하고, 바지는 입고 있지 않았다.
왼손에는 초록색 지폐가 들려 있다.
성착취를 당한 10대 여성 김민지(가명)양이 그린 자화상이다.
그림 속 김양은 두 눈을 감고 있고, 코는 그려지지 않았다.
그는 “숨을 못 쉴 정도로 답답해 살아있는 느낌이 아니라는 생각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 8일 십대여성인권센터 주최로 이화여자대학교 ECC 대산갤러리에서 열린 ‘2022년 성착취 피해 아동·청소년 ‘오늘’展 두 번째 이야기: “당신은 어디에 있습니까”’ 전시회에 성착취 피해 아동·청소년과 그 부모들이 그린 여러 자화상들이 진열돼 있다.
|
8일 서울 이화여자대학교 ECC 대산갤러리에서 열린 ‘2022년 성착취 피해 아동?청소년 ‘오늘’展 두 번째 이야기: “당신은 어디에 있습니까”’ 전시회에는 성착취 피해 아동?청소년과 그 부모들이 심리치료를 받으며 만든 작품들이 진열돼 있었다.
전시회를 개최한 십대여성인권센터 관계자는 “피해 아동·청소년들에게 자화상을 그려보라고 했더니, 많은 아이들이 발을 그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성착취 피해 이후 겪는 심리적 불안감, 세상과 연결되지 않은 것 같은 느낌 때문이라고 한다.
다만 이들이 ‘회복 불능’의 상태에 놓인 것은 아니다.
작품들을 통해 성착취 피해 아동·청소년과 그 부모들이 상처를 이겨내고 그들의 관계 역시 회복된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이나혜(가명)양이 그린 자화상은 왼손이 V자 모양을 하고 있었다.
이양은 그림 속 자신이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많다’고 외치고 있다며 “내가 더 성장하면 오른손과 두 발도 왼손처럼 바뀔 것이고, 나도 누군가를 도와주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자녀와 함께 심리치료를 받은 한 어머니는 ‘이 세상 모든 부모들이여, 힘내자’라는 제목의 자화상에서 양 어깨에는 돌덩이를 붙이고 가슴에는 불을 그려 넣었다.
그는 “가장의 어깨가 무겁기도 하지만, 엄마는 좌절하지 않고 너를 열심히 잘 키울 것이라는 의미”라며 “네가 있어서 열심히 살아간다.
너와 함께라면 어디든 즐겁게 함께 가는 다리, 너를 잘 키우겠다는 열정과 힘을 내는 손을 표현했다”고 부연했다.
또 다른 어머니는 하늘 높이 뛰어오르는 듯한 자화상을 그렸다.
그는 “아이가 어려움을 박차고 나가 솟아 올랐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며 “엄마가 지키고 있으니 새롭게 출발하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상의에는 하트가 달린 나무를 그려 넣었는데, 이는 “아이가 성장할 수 있도록 ‘사랑의 나무’를 굳건히 키우고 싶다는 마음을 담았다”고도 전했다.
센터 관계자는 “피해 아동·청소년의 부모 또한 자신이 모르는 사이 자녀가 범죄 피해자가 됐다는 사실에 당황하고 자책하게 되는데, 그 분노가 아이를 향하기도 한다”며 “그럴수록 피해 아동·청소년은 그루밍 성착취범에게 의지하게 되는 악순환이 생길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부모가 치료를 통해 자녀를 이해하고 신뢰하게 될 때 이들의 관계가 회복되고, 아이가 성착취범과의 관계를 끊어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시회를 통해 센터는 “아동·청소년이 성착취 범죄의 표적이 되는 동안 우리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나”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2018년 5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성착취(성매매 등)에 이용된 아동·청소년을 ‘피해자’로 규정하고 보호하게 됐지만, 법만 개정됐을 뿐 사회적 시선은 변하지 않았다는 게 센터의 지적이다.
센터 관계자는 “사회적 통념은 여전히 성착취에 대한 책임을 피해 아동·청소년에 묻고, 심지어 비난과 낙인을 가한다”며 “이번 전시회로 우리 사회가 바라보는 성착취 피해 아동·청소년에 대한 관점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번 전시회는 오는 10일까지 이화여자대학교 ECC 대산갤러리에서 진행된다.
글·사진=조희연 기자 choh@segye.com
|
<본 콘텐츠의 저작권 및 법적 책임은 세계일보(www.segye.com)에 있으며, 뽐뿌는 제휴를 통해 제공하고 있습니다.>
|
|
등록안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