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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나도 ‘무늬만 친환경’… 세계 각국 ‘그린워싱’ 규제 갈 길 멀다 [편집인의 원픽]
세계일보 기사제공: 2023-06-10 14:00:00
바닥에 깔린 많은 종이들 가운데 하나를 탁 집어 책상 위에 올려놓는 일. 흔히 언론의 역할로 불리는 어젠다 세팅(Agenda Setting·의제 설정)이 그와 같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상에는 수 많은 이야기들이 쏟아진다.
그 중에 뉴스 소비자들에게 의미 있는 이야기가 뭘까. 고민과 취재를 거쳐 우리가 내놓는 기사(어젠다)는 독자에 말을 거는 일이다.
뉴스 수명이 갈수록 빨라지는 요즘, 조금이라도 더 많은 독자들과 나누고 싶은 세계일보만의 기사를 소개한다.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 유니클로 매장 내 설치된 리사이클 사업 홍보물.
텀블러를 상시 휴대한 지 꽤 됐다.
커피숍에서 텀블러 사용이 인센티브 대상이 되기 훨씬 전부터인데 순전히 편의성 때문이었다.
커피 한 잔을 그 자리에서 다 마시지 않아도 적정한 온도, 맛을 유지할 수 있는 편의성. 하지만 언젠가부터 텀블러가 ‘친환경 소비’의 상징처럼 부각되면서 나의 텀블러 사용은 ‘가치 소비’로 한 단계 격상됐다.
본인 편의에서 출발했든, 불편함을 감수한 선택이든 친환경은 소비를 결정하는 주요 잣대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특히 “좀 더 가치있는 것에 내 지갑을 열겠다”는 욕망이 강한 젊은 세대에는 특히 그렇다.

소비자가 움직이면 기업들의 대응도 빨라진다.
더욱이 전세계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 정책이 도입되면서 기업들은 미래 성장을 위해 ‘환경 변수’를 챙겨야 한다.
친환경 브랜드가 기업에 돈과 명예가 되는 시대인 셈이다.
기업들이 앞다퉈 친환경 제품을 내놓는 일은 반갑다.
다만 이윤이 최우선 경영 동기인 기업의 마케팅을 ‘선의’로만 받아들일 수는 없는 법. 옥석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너도나도 ‘무늬만 친환경’…세계 각국 ‘그린위싱’ 규제 갈 길 멀다’(6월8일자 윤솔·이민경 기자) 기사는 ‘가치 소비’에 편승한 기업들의 문제, 각 국의 단속 실태를 담았다.
지구 환경에 대한 소비자들의 각성이 무의미해져선 안되기 때문이다.

◆그린워싱? 탄소배출권?

이 기사를 이해하기 위해, 무엇보다 전세계 목표인 ‘탄소중립 2050’ 시대를 살아가는 데 알아야 할 몇가지 개념이 있다.
불법적인 돈을 합법적인 돈으로 바꾸는 ‘돈세탁’처럼 그린워싱은 마치 환경에 이로운 제품처럼 세탁(Washing)한다는 뜻이다.
‘위장환경주의’라고도 불린다.
환경에 해를 끼치는 대목은 숨기고 이로운 쪽만 홍보한다거나 구체적인 근거 없이 친환경적이라고 주장하는 행위 등이다.
기사에 소개된 사례처럼 ‘지속가능한’ 또는 ‘페트병 100만개 재사용’과 같은 설명이 포함된 옷도 구체적으로 재활용 섬유 사용 비율이 포함되지않았다면 그린워싱에 해당한다.
지난 연말에 한 화장품 회사의 화장품 용기가 대표적인 그린워싱 논란을 일으켰다.
‘안녕, 나는 종이병이야.’(Hello, I am paper bottle) 라벨을 붙인 화장품 용기의 껍질을 벗기니 플라스틱병이 나타난 것. 플라스틱 용기를 종이로 한꺼풀 덮은 꼴이었다.
종이 껍질을 벗기면 플라스틱 용기가 나온다.
페이스북 갈무리
탄소배출권은 기업들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정부가 기업들에게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를 할당한 뒤 기업이 온실가스를 감축하면 인증서(탄소배출권)를 발급해주는 것이다.
기업들은 탄소배출권을 주식처럼 시장에서 사고 팔 수 있다.
환경 기관에서는 탄소배출권을 종량제 쓰레기 봉투에 비유한다.
특정 기업이 버려야할 쓰레기가 많으면 누군가로부터 종량제 쓰레기 봉투를 사서 버리면 된다.
쓰레기 종량제 덕분에 길거리에 함부로 버려진 쓰레기가 줄어든 것처럼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기업들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다.

문제는 탄소배출권도 그린워싱의 한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것. 기사에 등장한 미국 델타항공 사례다.
델타항공은 광고에 ‘세계 최초의 탄소중립항공사’라는 문구를 사용했는데 알고보니 델타항공이 구매한 탄소배출권의 인증 신뢰성이 떨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자체적인 감축 노력이 아닌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등에 투자해 얻은 탄소배출권으로 ‘탄소중립’ 홍보를 했는데 그마저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 것이다.
친환경 소비를 위해 비싼 돈을 주고 델타항공 비행기표를 구매한 고객에 의해 소송이 진행중이다.

◆국제 사회의 그린워싱 규제 움직임

지난해 열린 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서 그린워싱 관련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정도로 국제 사회의 관심이 크다.
COP27 보고서에는 탄소중립과 관련해 정부나 기업의 활동이 실제 친환경적인 것인지, 그린워싱인지를 가르는 기준이 제시됐다.
탄소 배출 관련 단기·중기·장기 목표를 설정해야 하고, 화석연료 사용 중단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도 세워야 한다.


앞서 영국은 지난 2021년 소비자법에 근거해 친환경 마케팅 지침인 ‘녹색 주장 지침’을 발표했다.
지침은 기업이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해서 주장하는 내용이 진실하고 명확할 것, 중요한 정보를 누락하지 않을 것, 근거를 통해 뒷받침할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지침은 광고, 라벨, 포장지, 제품명 등 제품에 대한 모든 정보에 해당된다고 밝히고 있다.
영국 광고 규제 기관인 광고표준청(ASA)은 이 같은 지침에 따라 올해 4월 아랍에미리트 에티하드항공에 영국 내에서 ‘지속가능한 항공’이라는 표현을 담은 광고를 금지했다.
“‘지속가능한 항공’이라는 절대적인 친환경 주장을 입증할 수 있는 기술이나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 유니클로 매장 내 설치된 리사이클 사업 홍보물.
한국에도 그린워싱으로 포장하는 제품에 대한 규제 규정이 있다.
환경부의 ‘환경성 표시·광고 관리제도에 관한 고시’ 제15조에 따르면 재활용 물질을 함유하고 있다고 광고하면서 해당 성분의 양이나 비율을 명시적으로 기재하지 않아 제품 전체가 광고 내용에 해당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행위는 ‘부당한 표시·광고’에 해당한다.
하지만 에티하드항공의 ‘지속가능한 항공’처럼 기업 이미지와 관련한 광고 등에 대한 그린워싱 가이드라인은 미흡한 실정이다.
올해 새롭게 그린워싱 가이드라인이 나온다고 하니 국제적인 수준의 규제안이 될 지 지켜볼 일이다.


이 기사는 ‘연중기획 지구의 미래’ 시리즈의 일환으로 보도됐다.
세계일보는 2014년 ‘녹색별 지구를 살리자’를 시작으로 ‘푸른 지구 지키는 창조의 길’ ‘기온상승 1.5℃내로 지키자’, ‘지구의 미래’ 타이틀을 달고 매년 환경 이슈에 관한 기획 시리즈를 싣고 있다.
최근 들어 특정 시민단체의 관심을 넘어 정부, 기업이 친환경 캠페인에 열을 올리는 모습은 놀라운 변화다.
무엇보다 많은 시민, 소비자들이 비용 보다는 환경이라는 가치를 좀 더 소중하게 여기는 흐름이 만들어졌다.
그만큼 더 이상 지구 환경이 훼손돼선 안된다는 위기 의식이 널리 공감을 얻고 있다.
그래서 ‘지구의 미래’는 미래 세대를 위해 우리 세대가 감시하고 제안하고 기록해야할 숙제다.


P.S. 취재한 윤솔 기자에 물어봤습니다.


-기사를 발제한 계기가 있다면.

“국제부 기자로서 외신을 보다가 네달란드 소비자시장청이 스웨덴 글로벌 의류 브랜드 H&M에 ‘컨션스(의식하는)’ 제품군 이름, 광고문구 수정을 요청했다는 기사를 봤다.
평소에도 환경에 관심이 있어서 이런 류의 그린워싱 사례에 대한 기사를 쓰게 됐다.


-취재하면서 흥미로웠던 점은.

“환경부 출입기자와 함께 알아보면서 한국에서도 그린워싱 사례들이 있는데 관련 가이드라인이 외국에 비해 미흡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국 같은 나라에서는 선제적으로 규제하고 가이드라인도 구체적인데 우리는 이제야 만들고 있다.
현재 환경부에 제품 광고에 대한 규정은 있는데 걸리더라도 행정지도에 그치고 벌금도 약한 수준이어서 과연 얼마나 단속 효과가 있을까 싶다.


-최근 친환경 소비를 한 사례가 있다면.

“우리 세대는 친환경 소비 트렌드가 강해서 화장품을 살 때 재활용 용기 여부를 따지거나 가급적 플라스틱 제품을 사용하지 않으려고 한다.


<관련 기사>

[연중기획-지구의 미래]
https://www.segye.com/newsList/4000205
너도나도 ‘무늬만 친환경’… 세계 각국 ‘그린워싱’ 규제 갈길 멀다
https://www.segye.com/newsView/20230607518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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