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교사일동 “유족이 청구한 수사 과정과 수집 자료 등 정보도 경찰이 공개해야”
 |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진행하는 ‘서이초 교사 관련 진상규명 및 순직 인정, 아동복지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뉴시스 |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 A씨 사망 사건의 범죄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며 수사를 종결한 경찰을 향해 전국 교사 단체가 29일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경찰의 전수조사 등을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A씨 사망 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 대규모 집회를 열어온 교사들로 이뤄진 ‘전국교사일동’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 같이 요구하고, “유가족이 청구한 수사 과정과 수집한 자료 등에 대한 사건 관련 정보를 경찰이 공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A씨 동료 교사와 학부모 등을 대상으로 한 조사와 확보한 자료에서 범죄 혐의점으로 볼 수 있는 내용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지난 14일 수사 종결을 알린 경찰이 ‘제3자 의견 청취나 심의회 개최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유족의 정보공개 요구 결정을 차일피일 미루자, 교사 단체가 직접 나선 것으로 보인다.
경찰 수사 종결에 강하게 반발한 유족은 ‘학부모와 참고인 진술조사’와 ‘고인과 연필 사건 학부모 사이의 통화 및 문자 수·발신 목록’을 보여 달라며 이달 13일 서울 서초경찰서에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결정 기간 마지막 날인 지난 24일까지도 경찰은 유족에 자료를 전달하지 않았다.
관련법에 따르면 정보공개청구 결정 기간은 열흘 이내로 부득이한 사유가 있을 때만 10일 안에서 그 범위를 연장할 수 있으며, 유족은 다음 달까지 기다려야 한다.
‘연필 사건’은 지난 7월12일 고인이 맡던 학급의 한 학생이 다른 학생의 이마를 연필로 그은 사건으로, 이와 관련해 학부모들이 고인에게 수차례 연락해 고인이 괴로움을 겪었다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경찰의 ‘제3자 의견 청취’ 언급에 유족 측 대리인인 문유진 변호사는 “제3자가 가해자라면 그 의견을 청취해 정보공개 여부를 결정하는 건 부당하다”며, 이미 경찰의 ‘혐의 없음’ 입장이 나온 상황에서도 정보가 공개되지 않으면 유족은 평생 진실을 모르는 상태에서 마음속 응어리를 풀어낼 수 없을 거라고 우려했다.
전국교사일동은 “서이초 선생님의 죽음은 제대로 가르치고 배울 수 없게 된 대한민국 공교육의 참담한 현실을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며, “경찰의 수사 종결 발표는 심히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단체는 “과도한 나이스(NEIS) 업무, 학생 생활지도의 어려움, 학부모의 잦은 민원 등 업무 스트레스로 인한 선생님의 죽음은 ‘공무원 재해보상법 시행령’ 제 5조에 해당한다”며 “우리 사회와 교사가 서이초등학교 선생님과 유족에게 진 돌이킬 수 없는 큰 빚을 갚는 유일한 방법은 오직 선생님의 순직 인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9월 ‘교권 4법’이 시행됐지만 교육 현장은 바뀐 게 없다”며 “서이초 선생님의 죽음에서 시작된 교육을 바로 세우고자 하는 교사들의 열망은 여전히 뜨겁다”는 말과 함께 ‘공교육의 정상화’로 거듭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 29일 오후 교사 단체인 ‘전국교사일동’ 관계자들이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민원실을 찾아 ‘서이초 진상규명 및 순직인정, 아동복지법 개정을 촉구하는 대국민 서명’을 제출하려 민원실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
단체는 전국에서 교사와 시민 등 12만5000여명이 참여한 서이초 진상 규명과 순직 인정 등에 동의한 ‘대국민 서명운동’ 결과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와 교육위원회 의원들에게 제출했으며, 서울경찰청 수사심의계를 방문해 사건 재수사와 정보공개 촉구서도 낼 예정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같은 날 시교육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경찰의 입장에 유감을 표하고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이 협동 조사를 해서 내놨던 보고서를 조금 더 적극 검토해줬으면 하는 안타까움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유족의 순직 유족 급여 청구서 제출에 이어 현재 마지막 단계인 인사혁신처의 심의 절차가 진행 중인 데 대해서도 "고인의 순직이 인정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으로 구성된 합동조사단은 지난 8월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고인이 문제 행동 학생을 지도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히면서, 학부모가 고인에게 폭언했는지 여부는 경찰 수사를 통해 확인이 필요하다고 한 바 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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