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물질 관리 기준을 완화하는 개정안이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달라진 규제로 ‘제2의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10일 환경단체 관계자들은 “화학물질 기준 완화로 신규 화학물질을 관리하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11회국회(임시회) 4차 본회의에서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대안) '이 가결되고 있다.
뉴시스 |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과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개정안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5개의 환경법안 중 가장 주목받은 법안이다.
핵심 개정 내용은 현행 연간 100㎏에서 연간 1t으로 신규화학물질 등록기준을 완화한 것이다.
연간 1t 미만의 신고물질은 정보를 공개해 투명성을 높인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기존에 허가되거나 제한·금지된 물질은 유해화학물질 정의에서 제외해 별도로 관리한다.
화학물질 취급량이 적거나 위험도가 낮은 경우에는 허가를 받아야 했던 기존과 달리 신고만으로도 취급 가능해진다.
화학물질등록평가법의 경우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참사 이후 피해 예방 목적으로 2013년 제정됐다.
2015년 시행된 법은 모든 화학물질을 등록하고 유해성 평가를 받도록 했다.
이후 2018년 살균제 등 살생물질·제품을 따로 관리하는 ‘생활화학제품 및 살생물제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자 신규물질 등록기준이 연간 100㎏으로 완화됐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가습기 살균제 문제가 세상에 알려진 지 13∼14년이 됐지만 피해자도 제대로 못 찾고 사법 책임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며 “국민들이 우려하는 유사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방지를 해야 하는데 그런 게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 소장은 “재발방지 2중, 3중으로 다른 관련 법을 통해 충분히 안전망이 확보됐을 때 법을 완화해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는데 현 가습기 살균제 재발방지 대책만 봐도 (대책에 대한) 신뢰가 두텁지 않아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라 설명했다.
정보가 부족한 신규화학물질 관리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강홍구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팀 활동가는 “(등록기준이 완화되며) 정부는 신고제를 활성화겠다고 설명했는데 신규 화학물질은 정보가 부족해 우려된다”고 말했다.
강 활동가는 “환경부는 유럽연합의 유해성정보 신고제도(CLP)를 벤치마킹해 신고제도를 강화하겠다고 말하지만 이건 매우 새로운 영역“이라며 “지금부터라도 시민사회 등과 함께 앞으로의 디테일에 대해 논의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6단체는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해 환영의 뜻을 전했다.
경제계는 합리적인 규제 전환이 기대된다면서도 실질적인 체감을 위해 하위법령 및 고시 개정 등 조속한 후속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민경 기자 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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