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이 법인 명의로 임대한 주택에 직원이 아닌 임원이 살았다면 주택임대차법상 계약 갱신 요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대법원판결이 나왔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임대인 A사가 임차인 B사를 상대로 낸 건물 인도 소송에 관한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B사는 A사가 보유한 서울 용산구 아파트를 2019년 12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보증금 2억원, 월세 1500만원에 임대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 아파트에는 B사의 대표이사가 전입신고한 후 살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계약 종료일을 앞두고 A사는 계약 갱신을 거절하겠다고 통보했고, B사는 계약 갱신 요구권을 행사했다. 그러자 A사는 2021년 11월 B사를 상대로 건물을 비워달라면서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에서는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도 주택임대차법 조항의 '직원'에 포함돼 계약 갱신을 요구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었다. 주택임대차법 3조 3항은 '중소기업에 해당하는 법인이 소속 직원의 주거용으로 주택을 임차한 후 그 법인이 선정한 직원이 해당 주택을 인도받고 주민등록을 마쳤을 때는 임대차 효력이 생긴다'고 규정하고 있다. 같은 법 6조의3은 '임대인은 임차인이 임대차 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의 기간 이내에 계약 갱신을 요구할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하지 못한다'고 규정한다. 1심은 임원도 포함한다고 보고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하지만 2심은 임원은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해 A사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주택임대차법 3조 3항에 정한 '직원'은 주식회사의 경우 법인등기사항증명서상 대표이사·사내이사를 제외한 사람을 의미한다고 보는 것이 관련 법령의 문언과 법체계에 부합한다"며 B사의 상고를 기각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주택임대차법 3조 3항에 정한 '직원'과 '주거용 임차'의 의미에 관해 명시적으로 판시한 첫 판결"이라고 말했다.
아주경제=정해훈 기자 ewigjung@ajunew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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