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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밥그릇 싸움에 엄마 암수술 연기돼”…속 타는 환자들

세계일보 기사제공: 2024-02-16 18:30:11

서울시의사회 소속 의사들이 1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 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궐기대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술 밀리면 안 될 텐데…”

부모님의 중증 수술을 앞둔 직장인 이모(48)씨는 요즘 하루하루 속이 타들어간다.
이씨는 “수술을 3개월이나 기다렸는데 의사들이 파업에 들어가면 병원이 마비되는 것 아니냐”며 “의사들이 국민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면 안 된다”고 토로했다.

수도권 대형병원들인 ‘빅5’ 병원 전공의들이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전원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필수의료의 핵심인 이들 대형병원에서 의료행위의 중추를 이루는 전공의들이 한꺼번에 사직서를 내기로 하면서 ‘의료 대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필수의료 유지명령을 발령하는 등 엄정 대응에 나섰다.

◆의사들 집단행동 예고에…‘의료 대란’ 현실화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빅5’ 병원 전공의 대표 논의를 통해 전원 사직 결정을 내렸다고 16일 밝혔다.
대전협과 이들 병원 대표들은 전날 오후 11시부터 이날 오전 2시까지 정부의 의대 증원에 대한 대응 방안 등을 긴급 논의했으며, 그 외 전국의 다른 병원 전공의들 역시 사직에 동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당장 이날부터 주요 대학병원 외래 환자의 입원·수술이 제한된다.
전공의 파업 시 교수들이 전공의 업무인 주치의, 병동 당직 등의 업무를 대신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대병원의 경우 교수들에게 환자의 입원을 미뤄달라는 요청까지 했다.
병원 측은 교수들에게 “외래에서 환자를 입원시킬 때 입원을 미룰 수 있는 환자의 경우는 입원을 미루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주치의 및 당직 스케줄은 조만간 공지하겠다”고 했다.
다른 병원들의 상황도 비슷한 것으로 전해진다.

폐암 4기 환자인 A씨의 아들이 온라인상에 올린 환자 설명 안내문과 입원 예약 안내문 갈무리

실제 수술 연기로 환자들 피해가 현실화되는 모양새다.
이날 경기북부 A병원 등에 따르면 해당 병원의 한 교수는 수술 당일 집단행동으로 전공의가 수술실에 들어오지 못하는 상황을 우려, 환자 A씨의 동의를 받아 오는 20일 수술을 연기했다.
폐암 4기인 A씨는 약 2년간 항암치료를 받다가 더 쓸 약이 없어 수술을 결정하고 19일 입원이 예정돼 있었다.
갑작스러운 날짜 조정에 A씨 아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환자 생명으로 자기 밥그릇 챙긴다고 협박하는 게 의사가 할 짓이냐”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의사들은 정부가 의사들과 합의 없이 의대 증원 규모를 발표했다며 자신들을 무시하는 정부, 의사를 단순히 ‘밥그릇 싸움’하는 이기적인 집단으로 치부하는 여론에 크게 분노는 상황이다.
수도권의 한 병원 관계자는 “수술실 CCTV 의무화나 의사에 대한 과도한 형사 처벌 등은 의사를 신뢰하지 못한다는 것”이라며 “의사를 존중하는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에서부터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엄정 대응…전국 114곳 공공의료기관 활용

박민수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정례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정부는 엄정 대응에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전국 221개 수련병원 전체에 대해 ‘집단연가 사용 불허 및 필수의료 유지’ 명령을 내렸다.
수도권 빅5 병원을 중심으로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을 예고하며 비슷한 움직임이 전국으로 확산할 것으로 예상되자 엄정대응 방침을 다시 밝힌 것이다.
복지부는 이날 전공의들을 수련하는 전국 수련병원을 대상으로 집단연가 사용 불허 및 필수의료 유지명령을 발령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의료대란이 우려될 경우 230여 곳에 달하는 전국의 공공의료기관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공공의료기관은 국립중앙의료원과 지방의료원 외에도 교육부 산하 국립대병원, 국민건강보험공단 병원, 대한적십자사 산하 병원 등을 포함한다.
이 중 필수의료 분야의 일반 진료가 가능한 공공의료기관은 114곳 정도다.

정부는 전공의 집단행동 등으로 인해 치료를 못 받는 환자들을 수용하도록 이들 114개 공공의료기관의 진료 시간을 연장할 계획이다.
공공의료기관이 근무시간을 연장하면 그에 따른 인건비 등 비용도 적극 지원한다.
전국 15곳의 군 병원도 동원해 수술 등 응급의료를 맡도록 할 방침이다.
현재 군 병원은 의무사령부 예하에 13곳, 공군과 해군이 운영하는 지구병원이 각각 1곳씩 있는데, 전국 각지에 있는 이들 병원을 활용해 응급의료를 맡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박민수 복지부 차관은 “군인들을 치료하는 군 병원에서 민간인들도 응급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국방부와 협의를 완료했다”며 “상황이 더 악화하면 인력을 추가로 확보해 현장에 투입하는 계획까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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