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최고령 수험생 김정자(83) 할머니가 숙명여대 입학식에 참석했다.

19일 연합뉴스는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24학년도 숙명여자대학교 입학식에 김 할머니가 숙명여대 미래교육원 사회복지전공 신입생으로 자리했다고 보도했다.
입학식에서 취재진을 만난 김 할머니는 "대학에서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해서 손녀와 자연스럽게 영어로 이야기하고 싶다"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또 열심히 공부해 자신보다 모르는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도 덧붙였다.

김 할머니가 입학한 숙명여대는 손녀가 졸업한 곳이다.
김 할머니는 "손녀가 자기 학교가 최고라고 매일 같이 자랑했다"며 "(합격 소식을 듣고) 손녀가 '이제 할머니가 내 후배다.
우리 할머니 최고'라고 하더라"라고 웃어 보였다.
'대학 생활에서 무엇이 가장 기대되느냐'는 질문에 김 할머니는 "세대 학생들과 대화도 하고 싶고 영어 공부 도움도 받고 싶다"라고 답했다.
김 할머니는 3남매를 키워내며 궂은일을 한 탓에 허리 수술을 세 번이나 했다.
이 때문에 김 할머니는 "신세대 학생들에게 도움을 받아야 할 수도 있다"는 걱정을 하면서도 "그동안 내가 모르는 것을 배우려 하루에 두, 세 시간씩 복습하면서 아파도 견뎌냈다"라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장윤금 숙명여대 총장은 입학식에서 환영사를 하다 "아주 특별한 새내기"라며 김 할머니를 신입생들에게 소개했다.
김 할머니는 "열심히 공부해 나라를 빛내고 숙명여대를 빛나게 해줬으면 좋겠다"라고 덕담을 전했다.
숙명여대 미래교육원 숙명여대가 운영하는 학점은행제 교육기관으로, 숙명여대 측은 김 할머니의 학업을 응원하는 의미에서 1년간 장학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또 해외에 있는 손주들과 영어로 소통하고 싶다는 할머니의 목표에 따라 영어 교육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941년생인 김 할머니는 국민학교(초등학교)를 들어갈 즈음 한국전쟁이 발발해 피란길에 올라야 했다.
이후에도 8남매의 맏딸이었던 김 할머니는 학교에 다닌다는 건 꿈도 꿀 수 없었다.
'여자는 집에서 살림만 잘하면 된다'던 아버지는 김 할머니를 마을 부농의 둘째 아들과 결혼시켰다.

하지만 어떤 조건도 김 할머니의 학구열을 막을 순 없었다.
그는 세월이 흘러 평생 한이 됐던 공부를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2018년 만학도가 한글을 공부하는 양원주부학교에 진학했고, 일성여중·고에서 학업을 이어갔다.
이어 2019년 tvN '유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해 고령에도 한글부터 피아노 등 배움을 놓지 않는 만학도로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그는 당시 "서울의 한 대학교 앞에서 장사하던 때 한글을 모르는 자신을 위해 공책을 찢어 자음을 알려준 학생을 만나면서 한글을 배우기 시작했다"는 일화도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