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 투쟁 이끈 권용진 교수
“정부도 고압적인 태도 버려야
의대 총장·교수, 증원 면담 필요”
2000년 정부의 의약분업에 반발해 의사 파업에 앞장섰던 의대 교수가 집단 사직한 전공의들에게 “진정으로 투쟁하고 싶다면 병원으로 돌아와 정부와 대화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일반의이자 의료법학을 전공한 법학박사인 권용진(사진)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는 23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한 글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2000년 의약분업 당시 의협 의권쟁취투쟁위원회 총괄간사를 맡았다.
권 교수는 “의업을 포기한다면 그것 또한 여러분의 선택”이라면서도 “다만 계속해서 의업에 종사하고 싶다면 최소한 의사로서 직업윤리와 전공의로서 스승에 대한 예의, 근로자로서 의무 등을 고려할 때 여러분의 행동은 성급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의업을 그만두고 싶다면 병원으로 돌아와 일을 마무리하고 정상적인 퇴직 절차를 밟고 병원을 떠나길 바란다”고 했다.
이어 “투쟁을 하고 싶다면 병원으로 돌아와 내용을 심도 있게 파악하고 더 나은 정책 대안을 갖고 정부와 대화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정부를 향한 쓴소리도 나왔다.
권 교수는 이날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정부가 (의대 증원) 정책 결정 과정에서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그게 생략돼 갈등을 불렀다”고 비판했다.
그는 “보건복지부가 너무 권위적인 태도로 정부 말을 들으라고 한다”며 “어떻게든 의료계와 대화해야 한다.
그게 정부의 일”이라고 강조했다.
현 상황을 해결할 첫 단추로는 “대학 총장과 의대 교수 간 면담을 통해 증원 인원을 재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는 지난해 전국 40개 의대에서 최대 2847명까지 증원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받고 2000명 증원을 추진하고 있는데, 실제로 각 대학이 정부에 전달한 증원 숫자가 합리적인지 따져 보자는 것이다.
권 교수는 “(의대) 교수들이 전공의를 구하고 싶다면 각 대학이 정부에 제출한 증원 숫자가 몇 명인지 듣고, 불가능한 숫자라면 이를 수정하게 해야 한다”고 전했다.
조희연·이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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