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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한 의사 수만명 여의도 집결… 제약사 직원 동원 의혹도 [의료대란 ‘비상’]

세계일보 기사제공: 2024-03-03 18:20:38

정부, 미복귀 행정처분 본격화
“의료현장 무시 강력 규탄” 비판
시민들 “진료는 하면서 집회해야”
전공의 의견 진술 거쳐 행정처분
‘빅5’ 병원, 교수 대상 설문조사
집단이탈 가세땐 의료대란 파국

3·1절 연휴 마지막 날인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 일대는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분노한 의사들로 빼곡히 채워졌다.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찬바람에 체감기온은 더 낮은 데다 미세먼지까지 종일 ‘나쁨’ 수준을 보였지만 집회 신고 인원인 2만명을 훌쩍 넘은 의사와 관계자들이 모여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 일대에서 의대정원 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 총궐기대회가 열리고 있다.
뉴시스

◆‘제약사 영맨’ 참석 강요?

행사 시작 시간인 오후 2시가 되기 20분 전까지만 해도 집회 신고된 도로에는 빈자리가 많았다.
이에 집회를 통제하던 경찰들도 “예상보다 많이 오지 않을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오후 2시가 지나자 도로는 집회 참여자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삼삼오오 모인 참여자들은 ‘일방적인 정책추진 국민건강 위협한다’, ‘의대 정원 확대추진 국민건강 위협한다’ 등의 구호가 쓰인 빨간 띠를 몸에 두르고 정부 정책을 비판했다.

도로 옆 여의도공원으로 올라가는 언덕도 집회 참여자로 가득했다.

자신을 대학병원 의사의 아내라고 밝힌 A씨는 “정부가 9·4 의정 합의를 일방적으로 깨고 행패를 부리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경찰은 50여개 기동대 3000여명 규모의 병력을 현장에 배치했고, 집회 신고 공간이 아닌 언덕과 산책로 부근에 모인 사람들의 이동을 유도했다.

의사들은 정부와의 ‘강 대 강’ 대치에서 물러설 생각이 없음을 재차 강조했다.

이정근 대한의사협회 회장 직무대행은 “정부는 의료인을 행정처분, 경찰과 검찰을 동원한 구속 수사 등으로 협박하고 있고 범죄자 취급하고 있다”며 “우리는 비민주적인 정부의 태도를 바라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며 현 상황을 단연코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대정원 증원 백지화” 대한의사협회가 3일 서울 여의도공원 옆 여의대로 인근에서 ‘의대정원 증원 및 필수의료패키지 저지를 위한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약 4만명이 참석했다.
이재문 기자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은 “의학교육 현장의 교수들은 급격한 의대 증원은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전했다”며 “현장을 무시하는 정부의 태도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은 “도대체 왜 정부는 2000명에 목을 매는 건가”라며 “정부는 눈앞에 닥친 총선을 겨냥한 지지율 상승이 목표”라고 주장했다.

의사들 집회에 시민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모(30)씨는 “집회하는 건 의사들 자유”라면서도 “환자 치료하면서 집회해야지 일을 내팽개치고 나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전국 의사 총궐기 대회에 제약회사 직원을 동원했다는 의혹에 대한 엄정 대응 방침을 강조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사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뉴시스

◆4일 행정처분 시작… 교수들도 동조?

보건복지부는 4일부터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들에 대한 행정처분과 사법절차를 본격화할 전망이다.
먼저 전국 주요 수련병원 50여곳에 대한 현장조사를 실시하는데, 조사에선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전공의들이 실제 복귀해 업무를 하고 있는지 등을 확인하고 그 결과 근무지 이탈이 확인된 전공의에 대해서는 최소 3개월의 의사면허 정지 등 행정처분 절차를 시작할 방침이다.
실제 면허정지 등이 집행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행정처분 전 해당자에게 사전통지하고 의견 진술 기회도 주어진다.
행정절차법에는 의견 제출에 10일 이상의 기간을 주도록 돼있다.

전공의 단체 집행부 등이 최우선 행정처분 대상이 될 수 있다.
정부는 지난 1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과 수련병원 전공의 대표 등 전공의 13명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공시송달’했다.

3일 서울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전공의 복귀는 소수에 이른다는 평가다.
병원 관계자들은 이날 “전공의 복귀 움직임이 아예 없다”고 입을 모았다.
‘빅5’ 병원의 한 관계자는 “기존 전임의들의 ‘사직’ 움직임은 없지만 새로 전임의가 되는 전공의 3∼4년차들이 모두 병원을 떠난 상황”이라고 난색을 표했다.

교수들까지 집단이탈에 가담할 경우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현재 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등 각 병원별로 교수들이 현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의향을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했다”며 “당장 행동에 옮기기 위한 목적은 아니라지만, 갈등이 극대화하고 ‘제자 지키기’와 의료진 ‘번아웃’이 겹치면 결과는 알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이정우·이정한·정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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